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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잔대가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어느 남편의 고백이다. 아내는 아이에게 TV에서 싸우는 만화는 일체 못 보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교육시킨다. 그런데 22일부터는 그나마 같이 보던 뉴스도 못 보게 됐다.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TV가 감사원 국정감사 뉴스를 보도했다. 남편은 오늘도 국회의원들이 싸우겠지 하고 짐작하며 무심코 화면을 보니 고성이 오갔다. 갑자기 아들이 물었다. “아빠, 잔대가리가 뭐야?” 아내는 깜짝 놀라 TV를 끄면서 “이젠 뉴스도 금지목록에 넣어요”라고 선포했다.

남편이 사후에 모니터링을 해보니 TV는 감사원장을 앞에 두고 국회의원들끼리 육두문자의 전쟁을 치르는 모습을 현장에서 중계하듯 보도했다. “이 새끼야!” “개새끼가 뭐야!” “잔대가리 굴리지 마” “잔대가리가 뭐야!” “니 대가리보다 내 머리가 더 커” “개새끼라고 안 그랬어. 이 새끼라고 그랬지” “누가 국회를 짓밟고 있어요” “원래 잔대가리 굴리는 사람이니까….”

요즘 서민들이 자주 찾는 재래시장에서도 이런 비속어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민의의 전당에서 한 말이 분명하다.

막말은 이 시대의 화두가 돼버린 느낌이 든다. 국회 아닌 다른 점잖은 곳에서도 마구 튀어나오는 것이 막말이다. “노 대통령 때문에 쪽팔려 죽겠네” “이 정권은 4년간 개혁을 외치면서 민생을 깽판 쳤다” “그런 걸레 같은 주장이 어디 있느냐” “ㅇㅇ당이 정치적 매춘행위를 하고 있다” “언제나 ‘조·중·동’ 탓, 한나라당 탓만 하다 개판을 쳤다” “야, 씨X놈아!” 등 옮겨 쓰기가 거북한 것들도 많다.

구태여 잔대가리란 말을 쓴다면 거기에 적합한 사례는 이런 정도가 아닐까. 어느 벽촌에 사는 눈치 빠른 아저씨가 몸이 아파 난생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병원 벽에 초진 1만원, 재진 5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가 순간적으로 머리를 움직였다. ‘어떻게 하든지 싸게 진찰을 받아야지.’ 그는 진찰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사 선상님, 안녕하시쥬? 저 또 왔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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