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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미군공여지 이렇게 활용하자<6>

미군 떠난 철책선 희망의 빛을 찾아… ⑥ 필리핀 미군공여지 활용 사례

철군 15년만에 ‘경제·물류·관광’ 글로벌 도시 재탄생

거대한 미 군함과 전투기가 늘어선 수빅해군기지와 클락공군기지는 40년간 필리핀 국민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 된 미국의 영토였다.

미국의 땅 클락과 수빅이 ‘기회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1991년 6월 피나투보 화산이 대폭발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미군은 수빅해군기지와 클락공군기지 철수를 결정했다.

잃어버린 땅을 되돌려 받은 필리핀 정부는 개발을 위한 첫 단계로 클락과 수빅지역을 ‘특별경제 자유지역’으로 지정하고, 도시재건에 나섰다.

미군이 철수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옛 미군 전략기지는 경제와 물류, 관광 중심의 국제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 제2의 싱가포르 클락= 필리핀 정부는 미군이 떠나간 이후 처음에는 경제적 후유증을 앓았다.

기지 주변에 거주한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경제활동이 사라지면서 지역경제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도시는 화산폭발의 영향으로 화산재가 가득했고, 지역경제가 사라진 클락은 더이상 자족도시 기능을 회복할 수 없었다.

필리핀 정부는 3만3천653㎡(Main Zone : 4천440㎡/Sub Zone : 2만9천313㎡) 규모의 클락공군기지 재활을 위해 1992년 제정한 ‘기지전환개발법(BCDA)’에 따라 다음해 4월 ‘클락경제특구’(CSEZ)를 결정하고 ‘클락개발공사(CDC : Clark Deveropment Corporation)’를 설립했다.

이후 클락경제특구는 3개의 공단을 포함한 제조시설, 농업단지, 휴양시설, 국제공항 등 정부 주도의 개발계획이 착착 진행되면서 지역주민들로 도시로 되돌아왔다.

미군기지로 활용될 당시 2만여명이던 경제활동 인구는 올해 7월 들어 4만1천명으로 늘어 미군기지 반환 이후 경제활동이 2배 이상 확대됐다.

기업활동도 활기를 띄고 있다. 1993년부터 올해까지 692개 기업이 들어왔고 올해 7월 현재 운영중인 기업은 382개에 이른다.

이중 외국기업이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필리핀 기업도 62%에 달하고 있다. 필리핀 지역기업과 외국기업 합병률도 20%에 이른다.

또 1995년 설립된 클락국제공항관리공단은 물자수송의 전진기지로 떠올랐다.

클락개발공사 해외기업유치담당 라페엘 갈베즈(Rafael A.S. Galvez·52) 팀장은 “화산재로 가득했던 클락이 21세기에는 제2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며 “클락국제공항 인근 200ha를 물류센터로 조성, 국제물류창고역할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CDC 관장의 임기가 1년에서 3년으로 경제적 계획을 세우는데 미흡한 실정”이라며 “필리핀 정부가 현재보다 개발계획 승인권한과 임기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물류허브, 수빅= 대형군함이 정박할 수 있는 수빅만(Subic Bay). 2만4천415㎡(기지와 관련부지 포함) 규모의 해군기지가 필리핀 정부에게 반환된 이후 필리핀 경제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전체 6만7천500㎡ 규모인 수빅만의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 동아시아 최대의 수출공단,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747 비행기도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길이 2.8km의 항공시설 개선과 60만개의 콘테이너박스를 보관할 수 있는 물류시설 신설을 개발정책에 포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빅해군기지도 기지전환개발법(Bases Convension and Development Act)에 근거해 수빅만자유무역항 SBF(Subic Bay Freeport)으로 지정됐고, 운영주체로 수빅만관리청(SBMA : Subic Bay Metropolitan Authority)을 세웠다.

이후 수빅만 내 직장인은 2001년 4만5천여명에서 올 3월 현재 6만7천575명까지 크게 늘었다. 기업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한진중공업이 이곳에 2천만달러를 투자, 조선소 사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 기업도 80만달러를 투자해 플라스틱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타이완 기업도 140만달러를 투자해 컴퓨터 관련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외기업 유치가 쉽지만은 않았다.

수빅만관리청 내 직장을 다니는 에델리타 차베즈(Edelita S. Chavez)씨는 “미군이 떠난 자리는 거대한 바다만 덩그라니 놓여 회생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회색도시였다”며 “하지만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감면부터 값싼 토지임대료,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의 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제도시로 재탄생한 미군반환기지=클락경제특구 외곽에서 한라호텔을 운영하는 한국인 현정식(61) 사장은 “클락이 이렇게 변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현재 클락과 수빅 두 지역은 정부에서 경제특구로 결정, 곳곳에서 물류허브 역할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클락과 수빅을 이어 경제벨트, 물류허브기지를 만드는 도로도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장교들이 사교용으로 만들어논 36홀의 골프장 등은 관광·레저·휴양시설로 변모, 평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옛 군병원으로 활용된 건물과 군 장교들의 숙소는 호텔(Holiday inn Hotel)이나 팬션으로 이용되고 있다.

항구도시인 수빅도 지역특성을 활용한 요트클럽 운영과 관광생태공원, 극장, 자연체험프로그램(사파리), 스포츠센터, 종합쇼핑몰 등을 조성하면서 관광·물류중심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노동부와 지방정부산하의 직업훈련소를 운영하면서 매년 5천500여명의 기술전문가도 양성하고 있다.

수빅만관리청 로니 얌바오(Ronnie R. Yambao·35) 투자관리팀장도 “2017년에는 물류센터와 항만기술을 축적, 정보기술이 접목된 필리핀 U-City 건설을 목표하고 있다”며 “지역주민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수빅·클락=한형용 기자 /사진=장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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