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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新 랜드마크] 2.안성 바우덕이 축제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팔달문(八達門), 화성의 북문이자 정문인 장안문(長安門)의 화성을 생각하면 수원이 생각납니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어떤 도시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상징물이나, 기준점이 되는 건물을 우리는 랜드마크(Land-Mark)’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도심 표지판 역할을 하는 시각적인 랜드마크도 있지만 감성적· 서정적 랜드마크도 있습니다.
본지는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다운시프트(Downshifts)족’의 등장과 관광과 문화 등 무형의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관광 소비자층인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를 경기도로 끌어 들이기 위해 ‘경기도 新 랜드마크’를 설정, 기획 취재했습니다.

 

여행전문가로 알려진 이용환 소설가, 이재웅 시인의 맛깔나는 글, 취재기자의 현장탐방, 그리고 뉴 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앵글의 사진으로 ‘경기도 新 랜드마크’ 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1. 평화ㆍ통일의 전초기지 ‘도라산역’
2. 안성 바우덕이축제 (무형 랜드마크) 
3. 수원 화성 (세계 유산 역사 랜드마크)
4.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민간문화 랜드마크) 
5. 화성 제부도 (생태체험 해상 랜드마크)
6. 파주 영어마을 (체험 학습 랜드마크) 
7. 양평 두물머리 (자연 랜드마크)
8. 용인 한국민속촌 (관광 랜드마크)

 

 

 

 

 

안성대교를 건너 바우덕이 축제장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일명 품바공연이라는 엿장수 마을의 공연 소리였다. 그 소리는 마치 거대한 우레 소리 같았다. 그래서 반쯤은 혼이 뺏긴 듯 그 소리를 들었고, 또 반쯤은 미묘한 혼란을 느끼면서 그 소리를 들었다.

 

안성대교에 내걸린 플랭카드들은 바람에 펄럭거렸고, 그 앞을 사람들의 행렬이 때로는 띄엄띄엄, 때로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러한 풍경과 음향 속에서 어떤 정신 사나움을 느꼈다. 아마도 그것이 바우덕이 축제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을 것이다.

차에서 내려, 강변을 따라 조성된 또 다른 공연장과 장터를 거니는 동안에도 그 첫인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내가 걸음을 떼는 동안 한시도 잠잠해지지 않고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오는 소리들과 인파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바우덕이 축제는 그야말로 거대한 하나의 난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더 정확하게는 나의 감각이 그 소리와 풍경에 익숙해지자, 그 다음 나를 찾아든 것은 내 몸을 따라 흐르는 어떤 활기같은 것이었다. 말하자면 정신 사나움은 조금씩 수그러들며 언어로 포착하기 힘든 대중적이면서 민중적인 어떤 온기와 음향이 나를 둘러싸는 것이다.

그 곳에는 잔잔한 행복감이 있고, 흥과 호기심이 있으며, 무질서한 발걸음 속에서도 엄연한 질서의 행렬이 있었다. 남사당 체험 놀이마당에서 바우덕이 마당으로 가는 중에 농사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한켠에는 코카콜라의 붉고 흰 마크 새겨진 파라솔 밑에서, 가족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파전을 먹고, 또 동동주를 마시곤 한다. 그 곳을 지나자, 명품관이 있는가 하면, 또 소시민적인 장터가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제 흥을 가지고 있으며,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이 그 모양 그대로 어우러져 있다. 돌이켜보면 이 난장을 난장답게 치러내는 것이야말로, 바우덕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우덕이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성 꼭두쇠였던 바우덕이, 그리고 스물 세 살 꽃다운 나이에 폐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 바우덕이. 그녀는 한 때 경복궁 중건에서 뛰어난 기예를 선보여 대원군에서 정삼품의 벼슬과 옥관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짧은 영화였을 뿐이고, 그녀의 생에 있어 가장 가까웠던 벗들은 천대받았던 남사당패들이었고,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었을 가난한 청중들이었다. 그녀가 진실로 빛이 나는 곳은 경복궁이 아니라 소음과 욕지꺼리와 한숨이 점철된 장터거리와 마을 공터였다.

 

그녀는 그 안에서 흥을 이뤘고, 재주를 선보였으며, 그 가난한 청중들의 환호와 감탄에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사람들이, 또 풍경들이 어우러지는 난장같은 곳이야말로 그녀의 정신이 숨쉬는 곳이고, 또 머무는 곳일 것이다.

남사당놀이는 한마디로 말해 흥겹고 진귀한 놀이마당이었다. 그리고 그 놀이마당을 지켜보기 위해 청중들은 어깨와 어깨를 붙이고 서서, 불편한 기립자세를 유지한 채, 마치 남사당놀이패의 흥을 보호라도 하려는 듯 근엄한 침묵으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그들은 흥에 매료된 의연한 나무들 같았다.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세련된 법이나 제도로도 이끌어 낼 수 없는, 지극히 자발적이고 존엄한 민중들의 질서였다. 그 질서 위에서 육덕진 말장난과 구성진 가락이 있고, 재주가 있고, 정신 사나운 소음이 흐르며, 마침내는 이 모든 것이 거대한 하나의 흥의 세계를 연출하는 것이다.

 

옛날 바우덕이가 재주를 부릴 때에도 아마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흥의 질서이자 민초들의 질서이며, 말 그대로 축제일 것이다. 이것은 길놀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길놀이의 후미에서 누구는 옷을 입는다, 누구는 화장실에 간다 야단이었다.

 

누구는 풍물을 치고, 누구는 뽕짝에 몸을 흔들며, 또 누구는 사진을 찍느라 혼돈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길놀이에서의 자기 차례가 되면, 자발적으로 뛰어와 줄을 맞췄고, 대오를 형성했고,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행진은 음악이 뒤섞이는 중에도, 청중들의 환호와 후레쉬 세례가 이루어지는 중에도, 몇 몇이 앞서가고 또 뒤서거나 이탈해도, 끝내는 큰 물결같은 흐름을 유지하며 묵묵히 흘러갔다.

 

이러한 길놀이의 행렬은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축제의 행렬만큼 질서정연하지도 또 세련되지도 않은 것이다. 아마추어적이며, 때로 흥에 취해 산만하며, 또 투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진이 아니라면, 그 어떤 것이 바우덕이의 행진이겠는가? 그 어떤 것이 바우덕이의 흥이겠는가?

 

>> 바우덕이 축제 어떻게 시작됐나?  떠돌이 남사당패 400년전 첫선

유명 관광지 한 곳 없지만 단 며칠 만에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모이는 곳이 안성시다.

 

안성에서는 조선 후기 장터와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곡예·춤·노래를 선보였던 남사당의 공연을 현대에 맞게 부활시킨 무형의 관광 상품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에는 약 40만명, 이듬해에는 약 45만명, 올해는 80만여명의 관람객이 축제 기간에 안성을 찾았다.

 

매년 4월부터 10월말까지 토요일마다 2회씩 열리는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에는 지난해 3만여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매주 1천500여명 이상 관광객이 몰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공연예술가들로 구성된 남사당은 조선 숙종(1661~1720년) 때 안성에서 공연을 시작 했다.

 

   
   
전국 남사당패의 중심이 됐던 곳도 안성. 남사당패의 시초를 기점으로 보면 시간은 400년이 넘게 흘렀다. 그 당시의 남사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21세기 ‘안성’이란 공간에선 ‘남사당’ 공연을 보러 한해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축제로 자리 잡아 매년 열리는가하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7번째 축제를 치룬 바우덕이 축제는 처음에는 소규모 지역 행사였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바우덕이 축제는 아테네 올림픽, 독일 월드컵 등 세계적인 행사에 국가대표 문화사절단으로 초청되는가하면 2006년에는 국제민속축전기구(CIOFF)의 회원축제로 지정돼 경기도는 물론 국가의 대표 문화 컨텐츠로 손꼽히고 있다. 축제가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몰리며 유명세를 타다보니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시는 축제로 인해 올해 35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축제 방문객 1인당 소비지출금액이 2005년도에 비해 9천792원 증가된 4만9천887원으로 분석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시는 조선시대 남사당의 발상지인 점에 착안, 남사당 전통문화와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당초 명맥만 간신히 이어오던 남사당패를 모아 지난 2001년 안성시립남사당풍물단으로 창단했다. 지난해에는 해외민속공연 6개팀을 초청해 세계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까지 곁들였다.

 

올해는 그간 매해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던 축제를 시내 안성천변으로 이동시켜 서울과 축제장과의 거리를 1시간으로 단축시키고 축제 주제를 변화시켰다. 이에 야간 방문객이 낮 시간대에 비해 3배이상 증가했다.‘강물 따라 흐르는 떠돌이의 노래’라는 주제로 14만8천500㎡ 규모의 공연장에서 색다른 시도들이 많이 펼쳐졌다.

 

오리배체험·나룻대도하체험 등 다양한 수변 프로그램 및 시내에서 벌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흥미 요소를 더욱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남사당패의 줄타기, 풍물놀이, 살판, 탈놀음, 덜미(인형극), 버나놀이(접시돌리기)를 새롭게 구성해 선보이고 이밖에 1천500명 이상의 풍물인이 참여하는 바우덕이 전국 풍물경연대회 등 축제기간 내내 200여개가 넘는 이벤트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아울러 조선시대 옛날장터를 재현해 체험·교육장소로 꾸몄다. 지방 특산품 장터도 올해 신설 됐다. 농가의 참여도를 높이고 안성 특산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축제와 산업을 연계 시키 것. 시는 문화예술관광 자원을 네트워크 시킨다는 취지로 2012년 준공을 목표로 안성맞춤랜드를 조성, 전통과 관련된 문화, 놀이, 교육, 휴양시설 등을 꾸밀 계획인 가운데 이곳에 150억원을 투입, ‘남사당 전용공연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09년도부터는 365일 남사당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바우덕이의 전례가 아직까지는 박제되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세대가 교체되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지역주민들 스스로 문화 소모임 및 행사를 갖고 일상적인 문화로 확산,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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