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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표리부동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아무개 후보가 대통령에 된다”, “누구는 국운과 대운에 딱 맞는 대통령이 될 유일한 분이다”, “아무개는 줄곧 앞서가다가 가을에 작살 난다”, “정감록에 X후보가 대권을 거머쥐게 돼있다고 나온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 “아무개 분이 대통령에 당선 안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 “나는 이 아무개, 너는 정 아무개, 또 너는 다른 이 아무개에게 걸고 내기를 하자” 별의별 말들이 대선전에 난무한다.

이와 같은 말들은 예언의 형식을 띠기도 하고, 유언비어의 속성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예언이건 유언비어건 앞으로 올 일에 대해 관심이 많고 떠도는 얘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예언이나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정보기관 종사자나 여론 전문가들 그리고 점쟁이들이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입과 입을 통해 또는 주간지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퍼뜨린다.

대선 철이면 으레 나도는 점괘들은 정보를 수집해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조작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호기 있게 대선 당선자를 점쳤다가 맞은 점쟁이는 영업에 활용하려고 대대적으로 자신을 선전하고, 빗맞힌 사람은 함구하기도 하고, 자기도 당선자를 예언한 일이 있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흔히 대선전은 유력한 후보 2명 중 1명만 당선되는 2분의 1 확률이 통용되는 게임인데 무슨 신통력 있는 점괘를 필요로 한단 말인가.

일부 후보는 자신의 사주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 생년월일시를 틀리게 만들어 은근히 소문을 퍼뜨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점쟁이들의 말도 신뢰하기 어렵고 떠도는 이야기들도 부정확하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 부인이나 비서들 뿐 아니라 어디로 줄을 서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선 철이면 점쟁이 집들을 줄지어 찾는다. “미신은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미신을 좇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영악하다기보다는 나약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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