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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뇌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뇌관은 폭발을 위한 격발장치다. 뇌관은 광산, 도로 건설 등 에서 폭파장치로 쓰이는 공업용과 전선에서 폭파장치로 쓰이는 군사용이 있다. 알렌산더 포사이스는 1805년에 세게 치면 폭발하는 폭약을 이용한 소형 화기의 점화장치를 발명했다. 뇌관의 용도는 멀리서도 전자장치를 이용해 뇌관을 폭발시켜 가공할 파괴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진화됐다. 북한 특수부대가 저지른 아웅산 테러사건을 되돌아보면 뇌관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정치현장에도 뇌관은 존재한다. 김대중 후보를 당선시키고 이회창 후보를 낙선시키는 데 결정적 동인을 제공했던 1992년 대선 기간 중 김대업의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 폭로사건은 국운을 좌우할 만큼 막강한 뇌관이었다. 이 사건은 선거가 끝난 후 대법원이 확정판결로 그의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희대의 명예훼손 및 무고사건으로 결론이 났다. 김대업은 정치 사기의 대명사로 통용됐으며 “김대업스럽다”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정치뇌관은 김대업 이후 15년이 지난 금년 대통령선거에서도 김경준으로 이름을 바꿔 등장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0월 3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의 신병을 한국으로 인도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승인했다. 이로써 김경준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 중순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환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이명박 후보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느냐, 추락하느냐는 것은 그의 입에 달려있다.

김대업과 김경준은 시대의 배경과 사건의 성격 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성과 사기성과 대선의 뇌관 그리고 뉴스의 중심인물이란 점에서 같다. 한나라당은 “제2의 김대업으로 삼아 대선판도를 흔들려는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의 가면무도회가 막을 내리는 느낌”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모든 뇌관은 폭발성이 강하다. 국민은 김경준 뇌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모르므로 그것이 터질 때 횡사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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