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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新 랜드마크] 3.수원 화성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팔달문(八達門), 화성의 북문이자 정문인 장안문(長安門)의 화성을 생각하면 수원이 생각납니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어떤 도시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상징물이나, 기준점이 되는 건물을 우리는 랜드마크(Land-Mark)’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도심 표지판 역할을 하는 시각적인 랜드마크도 있지만 감성적· 서정적 랜드마크도 있습니다.
본지는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다운시프트(Downshifts)족’의 등장과 관광과 문화 등 무형의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관광 소비자층인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를 경기도로 끌어 들이기 위해 ‘경기도 新 랜드마크’를 설정, 기획 취재했습니다.

 

여행전문가로 알려진 이용환 소설가, 이재웅 시인의 맛깔나는 글, 취재기자의 현장탐방, 그리고 뉴 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앵글의 사진으로 ‘경기도 新 랜드마크’ 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1. 평화ㆍ통일의 전초기지 ‘도라산역’
2. 안성 바우덕이축제 (무형 랜드마크) 
3. 수원 화성 (세계 유산 역사 랜드마크)
4.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민간문화 랜드마크) 
5. 화성 제부도 (생태체험 해상 랜드마크)
6. 파주 영어마을 (체험 학습 랜드마크) 
7. 양평 두물머리 (자연 랜드마크)
8. 용인 한국민속촌 (관광 랜드마크)

 

 

 

‘성곽의 꽃’ 수원의 화성은 조선시대 다양한 공법과 축조술이 동원된 가장 근대적인 성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화성은 심심치 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화성의 안내 팸플릿은 한 마디로 이 모든 것을 요약해주었다.

정조의 얼 깃든 성곽따라 바쁜일상에 쉼표를 찍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안내 팸플릿을 들고 팔달문을 지나던 중 어떤 선입견처럼 성의 화려한 용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화성의 첫 느낌은 화려한 것과 거리가 먼 것이었다. 팔달문에 어떤 숭고한 위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위엄이 압도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팔달문을 지나 성 외곽을 따라 거닐기 시작 했을 때, 위엄보다 훨씬 강렬한 단아한 고요에 도취됐다. 어떤 은은함이 시름을 녹이며, 또 어떤 행복감이 허무처럼 가슴에 맺히는 느낌….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을 따라 도는 성곽들, 기와의 푸른 빛깔, 우거진 소나무 숲, 그리고 억새풀과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들.

화성의 억새풀밭에서 화성을 배경으로 사진 셔터를 눌러대는 아마추어 사진사들을 보았다. 성곽을 따라 거니는 동안 다이어트를 위해 달리기를 하는 중년 여성도 보였다.

 

노란 모자를 쓴 유치원생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유치원 교사의 안내를 따라 종종 걸음을 치고 있는 모습도…. 누군가가 성곽 바로 밑 도로에서 경적을 울리며 차를 몰고 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수원 화성의 단아한 고요를 깨뜨리지는 못했다.

화성 안 행궁에 가서, 신풍루와 좌익문을 거니는 사이 뒤주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뒤주에 담겨 있던 비극적 죽음을 어떤 단아한 고요처럼 느꼈다.

 

절규가 너무 강렬해서 고요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절규는 오간데 없고, 햇볕은 쨍쨍하며, 현대의 도시인들은 나처럼 안내문을 들고 신용루와 좌익문을 지나 어딘가로 흩어져 가는 것이다. 나는 몇 백년 전 이 땅을 뒤엎을만 했을 비극적 사건이 이제는 이토록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서 어떤 아이러니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정조도 이것을 예상했을까?

 

나는 행궁 안 북군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북군영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복, 각궁, 동개와 편전 같은 조선시대 군사무기였다.

 

그리고 그 때야 나는 뜨거운 여름날 선잠이라도 들었다 깨어난 사람처럼 이 화성이 한 때는 군사시설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나는 그때까지 어떤 박물관을 관람하듯 화성을 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예측지 못하게 나에게 아주 소소한 감격을 주었다. 조선시대의 성이 ― 그것도 왕이 머물던 성이 ― 이제는 대한민국 수원의 하나의 휴식처,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장전도와 쌍검은 한 때 살과 뼈를 도려내는 살육의 무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몇 백년이라는 시간의 힘인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감격이 어떤 씁쓸함이었는지 혹은 어떤 놀라움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제야 나는 행궁 앞 종로 사거리의 북적거림을, 남양공원에서 크로킷을 치던 노인들을, 창룡문 앞의 외제차와 덜커덩거리는 트럭을 마치 두 눈이 차가운 빗물에 씻기운 듯한 감각 속에서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

 

그 풍경은 조선시대의 화성이 아니라, 2007년 대한민국 수원의 화성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색다른 깨달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나에게는 이것이야말로 화성의 아름다움이나 관광명소로서의 위상보다 더 대단해보였다.

 

과연 이러한 성이 몇 개나 될까? 성문 안으로 말 대신 자동차가 달려가고, 시장이 서고, 아이들은 성곽을 따라 돌면서 장난을 치고. 내 학창시절의 소풍을 떠올려보면, 성은 언제나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먼 관광지이자 오지였고, 그 곳에서 느끼는 것이라고는 현대와 단절된 어떤 독립적인 역사, 혹은 고독과 그 비슷한 서늘한 감각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화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 중의 하나이고, 동시에 가장 행복한 성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화성은 도시 한 복판에서 여전히 2007년의 사람들과 어울려 있으며, 고상하고 단아한 채로 도시의 소음과 공존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야말로 화성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어떤 성들의 풍경은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지만, 화성의 풍경은 2007년도에도 살아있는 것이다. 만약 화성이 성곽의 진정한 꽃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수원의 야경과 함께 하는 것일테다. 정약용은 이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글=이재웅 작가

 

수원화성 미래는… 화성복원 세계적인 역사도시 날갯짓
수원시-관광공사 협약체결… 국책사업 추진 총력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관광명소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수원화성(華城)은 전 세계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지금으로부터 211년 전, 조선 22대 왕 정조 때 축성 된 화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우리나라의 유일한 성(城)이다.

 

정조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당시 화산에 있던 관청과 민가를 이전시킬 요량으로 축성을 시작, 둘레 5천743㎢, 면적 1.3㎢, 성내·외 시설물 109개로 우리나라 최초의 성곽 계획신도시를 조성한 것이 지금의 화성이 됐다.

 

화성 방문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2006년에는 200만 명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화성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화성관광코스는 1시간, 1시간 30분, 2시간, 3시간 코스로 각각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냐에 따라 건축물을 달리 볼 수 있는 묘미가 있다.

 

동력차와 관광객 탑승차량 3량으로 구성된 화성관관열차는 임금이 타던 가마를 형성화 해 만든 것으로 팔달산→화서문→장안공원→장안문→화홍문→연구대를 거쳐 화성을 편히 돌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화성열차 노선이 화성의 절반만 볼 수 있는 코스로 이뤄져 향후 전 코스로 돌 수 있는 노선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성복원이 100% 완료될 경우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 수원시 경제발전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도 향후 10년 안에 매년 500만 명이상의 관광객이 화성으로 인해 수원을 방문한다면 수원시는 화성관광만으로도 도시발전이 가능한 지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성복원은 1975년 박정희 전대통령 때부터 시작됐지만 문화유산 등록 전에는 크게 진전이 없었다. 문화유산 등록이 되면서부터 시의 홍보가 이어지고,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해 복원이 가속화되고 있다. 화성복원사업에는 2006년 12월말까지 3천334억원(국비 156억<4.6%>, 도비 481억<14.4%>, 시비 2천647억<81%>)의 예산이 투입됐다.

 

복원사업으로 일제강점기에 의도적으로 파괴됐던 576칸의 화성행궁 482칸이 복원됐고 장안문을 양쪽 성벽과 연결, 제모습의 성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화성시설물 109개중 화성행궁 1단계 사업을 통해 70개 시설물이 복원 완료된 상태다. 수원시는 경기관광공사와 협약을 체결, 8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관광객의 흥미요소를 끌기 위한 영화관광지구도 조성중이다.

 

각종 복원과 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지만 화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크다. 내·외 문화재 보호로 인한 고도제한 등으로 개발이 제한 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도심이 슬럼화 되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화성 미복원 시설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성복원을 위한 총사업비는 1만9천922억원이다. 이 중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자체예산으로(매년 300억 정도)으로만 추진할 경우 50년 이상 소요된다. 수원시의 재원만으로는 조속한 복원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복원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로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뜻을 모아 수원 화성 복원 및 정비사업을 법제화하기 위해 심재덕의원(대통합민주신당)과 남경필의원(한나라당)이 2개의 법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 했으나 3년째 표류 중이다.

 

국회에 제출된 (안)은 세계문화유산의 보존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과 화성복원 및 보존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이들 법안은 화성 복원을 위한 국비지원의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야당안은 세계문화유산 모두를 국가차원에서 정비하는데 반해 여당안은 화성 복원만을 주장하고 있어 이를 통합한 안이 필요, 각 단체에서 서명운동 등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는 화성복원 및 정비 사업구간에 성곽 및 성내·외 2.24㎢ 면적에 대해 미복원시설 39개소 4천64억원, 기반시설 6천5억원, 낙후지역에 대한 특별계획구역 4개소정비 9천853억원의 총사업비 1만9천922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1, 2, 3단계에 거쳐 복원을 완료 할 계획이다. /최지현기자 c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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