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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휴대폰 애환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삼성, LG 등 휴대폰 관련 제품 생산 회사들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세계의 휴대폰 시장을 흔드는 강자로 나섰다. 작고 간편하며 현대문명의 제반 기술을 응용해 종합해놓은 휴대폰은 화상통화, 영화, 음악, 동영상, TV 프로그램, 인터넷 검색, 주식 투자, 공과금 결제 등 사람들이 해야 할 여러 가지 몫과 과학기술의 여러 분야에 속한 기능을 손바닥 안에 든 요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당초 위급한 상황에 대비한 ‘비상용’으로 만들어진 휴대폰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이처럼 편리하게 할 줄 안 사람은 별로 없었다.

휴대폰 시장의 경쟁도 심해졌다. 도시의 어디를 가나 ‘공짜폰’ 또는 ‘꽁짜’란 글자가 고객들을 유혹한다. 전화번호와 회사를 바꾸면 휴대전화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 서비스는 고맙지만 휴대폰을 통한 통화 요금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도 3만원에서 5만원은 기본요금으로 징수하는 폭리제, 이런 제도에 맞서 소비자들은 회사도 바꾸고, 공짜로 기계를 얻고, 요금도 싸게 쓰기 위해 값이 싼 문자메시지를 즐겨 쓴다.

그러나 자신의 신상정보가 IT세상에 발가벗겨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별의별 문자가 들어온다. 그것은 예컨대 휴대폰으로 대선 후보 투표를 하겠는가, 야동(야한 동영상) 보겠느냐, 은밀하게 친구 사귀고 싶으냐, 낮은 이율로 대출받는 비법 아세요, 대입 수능시험 합격자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요 라든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몇 대학교에 대입수능 합격관련 문의가 폭주하자 대학측이 이런 문자에 속지 말라는 답신을 문자메시지로 보낸 일마저 있다.

휴대폰이 야기하는 공해에 시달리던 어떤 사람은 장기간 애용해온 휴대폰을 서랍 속에 처넣었다. 그랬더니 그 휴대폰은 밥도 안 주는데 살아남아서 친구들이 전화할 때마다 “사용자의 사정에 따라 XX할 수 없습니다”라는 음성안내를 계속 내보냈다. 친구들이 그를 만날 때마다 “자넨 요새 휴대폰 요금을 못 낼 정도로 생활이 어렵나”라고 묻는다고 한다. 휴대폰은 편리하지만 골치 아픈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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