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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삼성 로비 후폭풍 우려

대선자금 논란 검찰수사 확대 삼성임원 ‘개인적 차원’ 해명
언론 눈치보기식 소극적 보도 사회전반 후유증 작용 걱정

 

삼성의 사회 전반에 걸친 로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과거와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조짐이다. 삼성측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원로회의 참석자들의 말까지 일부 언론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사건이 간단히 정리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동안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제기는 수없이 많았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아직까지 그 시시비비가 속시원히 가려진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들 한다.

일단 폭로의 당사자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법무팀장까지 역임한 삼성 고위직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1995년 ‘12·12와 5·18특별수사팀’에 차출돼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이 보관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과상자 61억원을 찾아내기도 했었다. 이때 김 회장 관련 수사를 계속하다가 검찰 수뇌부와 갈등으로 1997년 검찰을 떠나 삼성행을 택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증거확보나 법률적 사고가 몸에 밴 사람이다.

근거없이 흠집을 냈다가는 부메랑으로 모든 것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비위사실부터 먼저 고백하겠다는 말로 배수진까지 쳤다.

상대가 재벌 그룹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관리의 왕국이라는 삼성이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향후 수사의 주체가 될 검찰까지 걸고 넘어 갔으니, 검찰 입장에서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명분이 없어 보인다.

김 변호사도 삼성이 연루된 대선자금 녹취록 파문이 엉뚱하게도 불법 도감청 문제로 결론났음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검사들에게 떡값을 건넸다는 사실을 먼저 폭로한 것이 아닐까. 검사들의 떡값 수수사실을 먼저 밝혀 검찰에 치욕을 안겨주면, 상처를 도려낸 검찰이 그 다음 순으로 자연스럽게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번 사건도 언론과 여론 주도층이 검사들의 떡값문제로 초점을 맞출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리 검찰을 껴안고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뛰어든 것은 아닐까. 만신창이 모습으로 기사회생한 검찰이 자신들을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넣은 배후를 철저하게 밝혀줄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폭로의 배경을 의심받거나 자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서운했던 점과 연관시킬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신력(?)있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을 택한 것은 아닐까. 비단 필자만이 이런 온갖 추측을 다 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의 이미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의 로비지침설까지 나돌고 있는 마당이다. 삼성은 자신과 관련된 비자금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몇몇 임직원들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처리한 일’이라고 해명하곤 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벌써 재무담당 임원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지인의 돈을 대신 관리해 줬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삼성측의 설명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삼성의 인력관리에 큰 구멍이 났다는 말이 될 것이다. 관리의 왕국이라는 삼성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아직까지 해당 임원에 대한 회사 차원의 조치가 있었다는 보도는 없다.

 

우리 모두는 삼성측의 해명이 들어맞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지만 그 돈이 정말 사회 전방위 로비자금으로 쓰인 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수사가 착수되지도 않았고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삼성측이 거액의 돈으로 김 변호사를 회유하려 했다거나, 은행측에서 김 변호사가 자신 명의의 비자금계좌에 대한 금융거래내역 확인 요구조차 거부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국내 4대 메이저 언론 중 일부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 신문사들도 그나마 소극적인 보도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정아와 변양균 연서 사건을 보도할 때의 자세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항간에는 유력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보기라는 소문도 떠돈다. 검찰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수사에 착수할지도 관심사다. 그 과정에서 보여줄 언론사의 보도 태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진실게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회전반에 불어닥칠 후유증이 걱정된다. 과거처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다면 또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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