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클린’카드의 ‘더티’한 결제
[편집국장칼럼] ‘클린’카드의 ‘더티’한 결제
  • 경기신문
  • 승인 2007.11.08 19:15
  • 댓글 0
  •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흥업소 사용제한 지정 불구 국감서 거래내역 무더기 적발
방만한 사용·관리부실 만연 국민혈세 명심 바른 사용해야
▲ 김찬형 편집국장
산업자원부 산하 정부기관인 산기평은 지난해 8월부터 임직원 거의 전원(162명)에게 클린카드를 지급했다.

당초의 취지는 좋았다. 클린카드는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 등의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회사 경비를 지출할 때 법인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정해 예산 집행·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법인카드 사용수칙도 마련했다. 업무 목적의 경비처리에만 사용토록 한 것이다.

1인당 한도는 적게는 월 1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부여됐다. 산기평은 단란주점이나 나이트클럽, 룸살롱, 노래방, 안마시술소, 미용원 등에서는 사용하지 말도록 거래제한 업종을 지정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오히려 클린카드를 도입한 뒤 임직원들의 씀씀이는 더 헤퍼졌고 용처도 ‘클린’하기는 커녕 ‘더티’했다.

실제로 카드 전표의 상호 확인을 통해서 ‘~단란주점’ ‘~주점’ ‘~가요주점’ 등 거래제한 업종에서 버젓이 클린카드로 긁은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2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해마다 지원받는 산기평.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하는 국민들을 분노케 만든다. 공기업인 주택공사 경기본부도 마찬가지로 법인카드를 ‘더티’하게 사용해오다 적발됐다.

경기본부의 사업계획부서 차장과 팀장이 도청 신도시 인·허가 담당 6급 직원을 상대로 1천만원대에 가까운 술 접대를 하고 법인카드로 결제를 해온 것이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조정철, 주임검사 김형근)는 최근 도청 신도시 사업단 K(6급)씨를 뇌물수수죄로, 주택공사 경기본부 사업계획 차장 A씨, 사업계획팀장 P씨를 뇌물공여죄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와 P씨는 도청 신도시 사업담당인 K씨가 단골로 가는 술집에서 수차례에 걸쳐 900만원어치의 술을 마시고 접대부를 두고 유흥을 즐긴 뒤 법인카드로 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경우 주공경기본부가 도청 관계자를 상대로 거액의 접대를 하고 무슨 편의를 제공받았는지 추가수사가 필요하다. 또 수사검사와 입회계장이 의욕적으로 수사를 벌여 온 사건에 대해 왜 언론이 침묵했는지도 가려져야 한다.

김문수 도지사는 취임이후 비위공무원에 대한 엄단의지를 천명했다. 김 지사는 “공직자의 청렴성이 생명”이라며 “비위사실이 적발된 직원들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사의 의지는 공허한 외침으로 그쳤다.

지난 8월 광명시 소속 공무원이 여자친구의 예금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업체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도 감사에 적발됐다.

그리고 이번엔 주공 경기본부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은 도 신도시사업담당 직원의 비위가 검찰에 포착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31개 시·군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정기감사를 벌이고 있는 도의 경우도 법인카드 사용문제로부터 떳떳하지 못하다.

도의회 박광진 의원은 최근 도의 법인카드사용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법인카드 수백여장이 방만하게 사용되는 등 관리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며 근절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도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가 발급받는 법인카드는 모두 351장으로 도청의 실·국(3실 2본부 13국) 및 산하기관(10개)당 12장을 갖고 있다.

법인카드 발급은 특별한 기준이 없으며 도청의 각 과별로 2~3개, 산하기관별로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30장, 경기신용보증재단 29장, 경기관광공사 19장, 농업기술원 18장 등이다. 하지만 법인카드 발급이 수백여장에 달하면서 부정사용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기술원 S씨는 지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여간 법인카드를 이용, 술값과 생활비 등 1억7천6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뒤 갚는 방식으로 유용하다 지난 4월 적발돼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지방행정 5급 A씨는 간담회 명목으로 술집 등에서 정부 구매카드를 사용한 뒤 업무추진비로 집행하다 행정자치부에 적발돼 훈계조치됐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법인카드를 부당사용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나 지난 2월부터는 클린카드제를 도입, 카페나 술집, 골프장 등에서는 원천적으로 결제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카드수가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한 뒤 재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지 두고 볼 일이다. 법인카드는 ‘쌈짓돈’도 아니고 ‘눈먼 돈’도 아니다. 국민들이 낸 혈세로 공적인 일에만 쓰라고 국민들이 믿고 맡긴 카드다. 클린카드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길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