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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신사임당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한국은행이 지난 5일 새로 나올 10만원권 지폐에 김구 선생을,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 여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한 이래 전자에 대해서는 이론이 거의 없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일부 여성계를 비롯해서 식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해방 후 최초로 여성을 고액권의 중심인물로 배려했으니 잘만 골랐다면 여성계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은이 신사임당을 선정한 명분은 자녀교육을 잘 시킨 현모양처란 점이다. 자녀란 이율곡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사임당의 가족사를 점검하면 한양의 덕수이씨 가문의 이원수와 결혼한 강릉 출신 신사임당은 남편이 비록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과거에 계속 떨어지자 오랜 세월 강릉의 친정으로 내려가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며 율곡을 가르쳐 과거에 합격케 한 것뿐이다.

자녀는 어렸을 때는 부모의 영향을 받지만 성인이 된 다음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율곡도 커서 조선에서는 알아주는 유학자가 됐지만 어머니처럼 화가가 된 것도 아니요, 어머니 치마폭을 붙잡고 뱅뱅 도는 ‘마마보이’도 아니었다. 문화미래 이프 이사장 엄을순씨는 “신사임당 이미지가 현모양처인데 새 여성의 모델이나 새 시대에 맞지 않고 비전도 주지 않아 반대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런 논거는 진보만 소중한 듯한 느낌을 줄 뿐 신사임당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

신사임당은 남편과 시부모를 팽개치고 경치 좋은 강릉 친정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이렇듯 봉건사회의 기준에서도 그녀는 현모양처는 아니었다. 지폐에 들어갈 그녀의 초상화를 보라. 오만하고 대가 세고 찬 인상을 주는 그녀가 지폐에까지 등장하면 무수한 가문의 자녀 교육에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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