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제칼럼] 남북정상회담의 평가

 

일본에선 지난 남북정상회담의 특징을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한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이고, 두 번째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걸어서 판문점을 지났고, 일행의 차 행렬은 북한 권력서열 2위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맞이해 두 사람이 오픈카에 나란히 서서 평양시 중심부를 향했다. 김정일 총서기가 노 대통령을 맞아 함께 의장병 열병을 하는 등 최고수준의 예를 갖췄지만, 첫날 회의에는 김 상임위원장이 대응하고 김 총서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기 위해서도 우호, 친선을 연출해 민족의식을 고양했지만, 한국은 북한에 당당하지 못한 구도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취임이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등 북한세력의 한국 침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고, 남북통일을 위해서 법 제도를 바꾸겠다며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경제협력도 약속했다. 반면에 제일 중요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가볍게 취급하고, 공식 확인된 485명의 납치 피해자는 자원 월북했기에 남북간에는 납치가 있을 수 없다는 자세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두 번째의 중국의 한반도문제에 대한 영향력의 배제는 남북합의의 ‘한반도전쟁 종결’의 항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두 정상이 전쟁종결을 위한 관련 당사국회의를 개최한다고 했지만, 김정일 총서기의 제안으로 관련당사국은 ‘3내지 4국’이라고 했다. 원래 북한은 한반도 전쟁종결은 북한, 미국, 중국이 합의해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이번의 3개국은 남·북한과 미국이라고 했다.

중국이 배제된 동기는 미국의 북한정책과 김 총서기의 중국방문에 연계돼 있다. 2005년 9월 미국이 대북 금융제제를 시작하자, 2006년 초 김 총서기가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경제원조를 얻는 것과 중국 힘으로 미국의 금융제제를 해제하려 중국을 방문했지만 어느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김 총서기는 중국에 대해 실망하고 미국 접근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앙공론(中央公論)’ 8월호에 지난해 10월 부시 대통령이 김 총서기에게 “핵을 버리면 미국은 평화조약을 조인한다”라는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보냈다는 보도와 8월 10일 ‘산케이신문(産經新聞)’에 김정일 총서기가 지난해 10월에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이상 친밀한 미국의 파트너가 되겠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답했다는 보도를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전쟁을 보여주는 ‘대 북한, 중국 기밀 파일’도 소개하고 있다.(歐陽善著, 文藝春秋) 이 기밀파일은 지금까지의 북한과 중국관계의 상식을 뒤엎어놓는 내용이다.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해서 북한과 함께 한미 양군과 싸웠고, 모택동이 중공군을 투입하는 결심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김일성은 중국참전을 싫어했고 당초에는 거부했다고 한다. 미군의 반격으로 맥아더가 인천에 상륙해서 북한군의 형세가 불리해 지자, 김일성은 소련의 스틸린에게 먼저 출병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어쩔 수 없이 모택동에게 파병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일성이 모택동에게 한국전쟁의 개시날짜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모택동이 전쟁 발발을 안 것도 외국신문이 전하는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모택동의 후계자로 보이던 장남이 전사했다. 이런 경위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그 후에도 중국을 경계와 적대시를 계속한 행태가 이 기밀파일에 극명하게 그려져 있다고 한다.

북한이 건국 초부터 중국에 대한 적대정책을 채택해온 것이라면, 앞서 말한 북미 두 정상간의 화답이 더욱 신뢰성을 갖게 된다. 북미관계가 긴밀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해 온 미국에 대한 세계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친미북한을 만들어 군사적, 정치적, 전략적 효과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노무현 정권은 북한과의 외교전쟁에서 완전 패배했다는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