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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도, 경기개발硏 장악력 줄여야

도정 분석 떠넘기기 태반 연구원 과제 과부하로 곤혹
수준미달 보고서 잦아 연구기능 활성화 방안 시급

 

경기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해온 경기개발연구원이 도의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도는 물론 연구원측의 뼈아픈 통찰을 필요로 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은 도와 시·군의 정책현안과 제도개선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분석을 통해 지역단위의 정책을 개발 제시함으로써 도와 시·군이 지향하는 지역 경쟁력 및 주민의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난 1995년 설립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다소 거창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설립당시부터 도의 정책입안을 위한 근거자료 확보형식으로 구색에 맞춰진 연구실적을 제공받는 등 입맛에 맞는 보고서 일색일 것이라는 예측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도와 31개 시·군의 공동출자 형식으로 설립된 태생적 한계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전동석 의원(광명3)은 “도가 자체적으로 해야할 소소한 연구과제까지 경기개발연구원으로 떠넘겨 연구원들이 국가 또는 도의 주요 정책이슈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하지 못하는 등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 한 해 동안 각종 연구과제를 제외하고 도청으로부터 요구받은 도정현안 분석 검토과제가 무려 22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도에서 요청한 ‘민선4기 1년 성과평가와 향후 운영방향에 관한 연구’의 경우 3개월을 투자해 연구했으나 고작 ‘민선4기 1년 성과자료’를 만들기 위한 참고자료로 사용되는 등 무분별한 과제 떠넘기기가 이뤄진다고 했다. 지방언론에서 잔뼈가 굵은 전 의원이 국회와 도지사 정책보좌관 등을 거치면서 몸소 피부로 느끼고 현황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여서 그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도의 이같은 소나기식 요청에 대해 연구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원측의 보고서도 궁색하고 알맹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대해 도청 실무자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연구원의 연구결과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제시하거나 대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너무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해 다시 보고하라는 부지사의 불호령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원측은 2차보고서도 그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은 보고서를 내놓아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 회계년도 경기도결산검사위원회도 과도한 연구과제 수행으로 수준미달의 연구보고서가 제출되고 또 납품기일을 어기는 사례가 잦을뿐 아니라 도가 역점을 두는 과학기술정책이나 신성장동력 부분에 전문연구원이 없어 연구과제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며 대책마련을 도에 권고했으나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손학규 지사 시절 광주시 오포읍 주택조합 아파트 건설시행사로부터 지구단위계획 변경승인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하고 판교신도시 납골당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비리로 당시 원장이 구속된 사건은 연구원 개원이후 최대 수치로 기록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의 장악력을 줄이고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자체적인 연구기능을 활성화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연구원의 이사장은 도지사가 맡고 있으며 연구원장은 도지사가 임명한다. 역대 원장의 면면을 보면 7명의 원장 가운데 임경호(1·4대), 이철규(5대), 한현규(6대), 남기명(7대)씨 등은 고위공무원 출신이며 유훈(2대), 노춘희(3대)씨와 현 좌승희 원장만이 전문가 출신이다. 공무원 출신 원장임명은 도 및 31개 시·군의 정책현안을 연구하는 기관이라기 보다는 도 산하단체 정도로 인식케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도지사 선거참모였던 인사가 연구원으로 발령받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연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도 각 분야의 명망있는 전문가로 구성됐다고 자랑하고는 있지만 지방언론사 사장, 은행지점장, 도의원, 시장·군수, 도청공무원, 상공회의소 회장, 대학부총장 등 형식적인 구성을 피하고 정책연구기관답게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도청 공무원이 감사를 맡는 일도 개선해야 한다.

연구원측도 도의 구색 맞추기 연구과제 수행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연구결과를 제안하는 연구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잔심부름꾼’이란말 계속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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