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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요지경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1993년 갑자기 등장한 간호사 및 탤런트 출신 가수 신신애씨가 묘한 노래를 불러 인기를 얻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기이한 춤을 추며 열창한 이 가수는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 가사에서 이렇게 외친다. “세상은 요지경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그녀가 말한 ‘짜가’는 가짜를 뜻한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여기서 깨끗하고 착하지만 못난 사람이 더럽고 악하지만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면 요지경에 빠진다는 경고를 이 노래는 함축하고 있다. 가짜들의 위선을 이상야릇한 춤으로 비꼬는 그녀의 춤은 가사 못지않은 즐거움을 대중에게 선사했다. 요지경은 천변만화하는 요술거울. 이 노래는 요지경에 빠지지 말자는 교훈도 되살린다. 신신애씨의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가 대선을 한 달 앞둔 이 시점의 대한민국의 정치판도에도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 2등을 곱절로 누르며 선두를 질주하던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과 관련해 미국에서 귀국한 김경준씨의 한 마디에 운명이 달리고, 뭇사람이 생각지도 않던 이회창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 확실한 가운데 돌연 2등으로 올라섰으며, 도토리 키재기식 지지율로 단일화 압력을 받고 있는 여권 후보들 가운데 누가 김대중, 노무현 전 현직 대통령 때와 같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가 국민을 요지경 속으로 빠뜨린다.

국민의 안위(安危)와 생사를 틀어쥔 정치가 요지경으로 변하면 국민은 그 안에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세상이 시끌벅적하고 흐리멍텅하며 뒤숭숭하면 그 안에 사는 국민도 그렇게 되기 쉽다. 정교한 소설이나 영화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사람들을 강한 호기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과는 달리 정치판이 회오리치고 캄캄하며 엎치락 뒷치락 하면 국민은 머리가 뒤숭숭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요지경-이것은 혼란의 도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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