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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이면계약서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약 1년 반전에 상가를 구입했습니다. 당시 실제 매매금액의 절반정도로 이면계약서를 써줬습니다. 원래 가격의 계약서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상가를 팔려고 하는데 이제는 실거래가로 신고해 팔게 되면 세금이 엄청 나올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에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가짜지만 진짜요, 겉과 다른 속이요, 한 마음이지만 두 마음, 그것이 이면계약서다.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국민이 내는 세금을 혈세라 한다. 이기적인 사람은 피만큼 소중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지혜를 발휘한다. 그 수단으로 흔히 이면계약서가 동원된다. 대체로 공익(公益)의 개념보다는 사익(私益)의 개념에 충실한 사람들은 이면계약서와 더불어 산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면계약서는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가짜임을 폭로하는 증거자료요, 밖으로 알려져서는 백해무익한 비밀문서다. 그것은 숨어있는 한 이기(利器)지만 드러나면 폭탄(爆彈)이 되고 만다.

BBK 주가 조작과 횡령 등 혐의로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에 이면계약서를 제출했으며, 그의 부인은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이면계약서를 꺼내진 않았지만 이명박 후보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녀는 이 후보가 남편을 국제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면서 이 후보의 도덕성에 칼을 꽂은 셈이다. 이 후보측은 문제의 이면계약서란 것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그 진위를 가리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26일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이면계약서 한 장(그것이 진짜든 가짜든)으로 격랑에 휩쓸린 조각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만일 이면계약서가 가짜라면 김경준씨는 얼굴은 희멀겋게 생긴 사람이 가짜를 또 가짜로 만드는 희대의 사기꾼이요, 그것이 진짜라면 대통령 꿈을 꾸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진짜와 가짜를 뒤섞는 대단한 요술사로 변모한다. 이면계약서, 그것은 야누스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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