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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도내 소방공무원들의 애환

공무수행 중 사상자 226명 구조조정·예산삭감 1순위
목숨담보 소방관 재정지원 복지·근무환경 개선 이뤄야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이 시는 1958년 출간된 시집에 ‘소방관의 기도’란 제목으로 처음 소개됐다. 화재현장에 출동해 3명의 어린아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스모키 린이라는 미국의 소방관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세계 소방관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이에 버금가는 또 한편의 추도사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화마(火魔) 속에서 넌 얼마나 기다렸을까. 왜 우리는 너의 외침을 좀 더 빨리 듣지 못했을까. 사랑하는 동기 재희야. 아직도 너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즐겁게 살아가자고 해맑게 웃으며 따뜻함을 안겨줬던 너인데….” 지난 30일 이천소방서에서는 이천 CJ공장 화재현장에서 숨진 고 윤재희 소방관 영결식에서 동기 김현숙 소방관이 읽어내려가는 추도사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꼈다.

전국에서 모인 1천300여명의 소방관들은 장내에 울려 퍼지는 추도사를 듣고 또 소방관의 기도가 적힌 영결식 안내문을 읽으며 더할 나위 없는 슬픔에 빠졌다. 같은날 같은 화재현장에서 돌아오다 고장 난 물탱크 차량을 영동고속도로상에서 정비하다 트럭에 치여 숨진 여주소방서 최태순 소방관의 영결식도 여주소방서에서 진행됐다.

화재의 현장이나 사고의 현장에 제일 먼저 뛰어 들어 항상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을 우리 사회는 얼마나 인정해주고 존경해 왔는가. 미국 등 선전국에서 소방관은 사회 엘리트이면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층이 생각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에서 4위를 차지했고 20·30대가 존경하는 직업에서도 3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공무원 구조조정 한다면 힘없는 소방관이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꼽혔고 소방장비 현실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예산은 거침없이 칼질 당하기 일수다. 지금이라도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내걸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면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야 한다. 소방관은 그 자신은 물론 나와 내 가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2만9천900여명, 경기도에 5천251명의 소방관이 근무중이다. 소방대원중 70% 가량이 2교대 근무를 한다고 한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최고의 재난 대처능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당해도 치료할 만한 전용병원도 없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증상은 봉급을 쪼개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소방관의 34%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방방재청의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방인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부족한 도내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11월말까지 화재진압 등 공무수행 과정에서 숨지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이 226명(사망 9명 포함)에 이른다는 도 소방재난본부의 집계다. 사고는 대부분 화재진압과정(31.8%)에서 발생하며 구조구급(21.7%) 등의 순이다. 소방관의 부족은 사고와 직결되는 요인이 된다. 11월 말 현재 도 소방공무원 5천251명 가운데 화재나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외근 소방공무원은 5천32명으로 소방공무원 1인당 도민수는 2천78명. 이는 전국 평균 1천635명에 비해 많은 숫자다. 인력부족은 화재발생시 초동진화에 많은 인력투입이 어려워 화재진압 시간도 길어지고 그만큼 안전사고에 취약하다.

신도시 개발과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조차 힘든 도 소방재난본부는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모든 문제의 해결에는 재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소방관들에게 담보해야 하는 만큼 도민들이 큰 힘이 돼줘야 한다. 도 소방재난본부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소방공무원 복지·근무환경 개선 3개년 계획’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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