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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37->홍석창의 예술세계

 

한국의 문인화 운동을 주도해 온 홍석창은 서예, 사군자, 한학 등에도 능한 화가이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실제로 자신의 그림에서 구현시키고자 하였다.

이것은 군더더기 없는 일획의 강경한 운필이 부드럽고 신들린 듯한 붓놀림을 통해 체득되는 ‘비움’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홍석창의 그림에 내재되어 있는 힘은 사기(士氣)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바탕으로 한 문인화의 정신인 무욕(無慾)의 ‘비움’ 속에

담겨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욕심을 내버린 ‘비움’의 자리 신들린 붓놀림 채움을 그리다

필자는 언젠가부터 ‘진정한 한국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틈 날 때마다 생각해 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미술이나 미학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까지 명쾌하게 정립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성’이라는 말 자체가 진부한 단어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한국화나 동양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던 터라서 이처럼 한국성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되지만 그럴 때마다 가슴속이 허전해지고 마치 짝사랑으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안타까움마저 느낀다.

이는 우리가 서양의 미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였으므로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미술이나 한국화를 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우리의 전통을 제대로 모르고 한국미술을 운운하는 이들을 보게 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들 중에는 혹시 한국화나 동양화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해도 동양의 예술 정신이나 한국의 예술 정신을 제대로 모르고 그림을 그리면서 당당한 사람들이 있다. 예술정신이나 전통에 대한 이러한 무지는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한국미술이나 동양미술의 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제대로 된 깊이 있는 한국화가나 동양화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관련하여 필자는 문인화의 세계를 꾸준히 보여주는, 한국의 문인화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홍석창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와의 만남에 큰 비중을 두고 그의 작업실로 향하는 필자의 머릿속에는 어느덧 한국화와 한국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홍석창의 작업실 앞에서 조금은 정중히 문을 두들겼다.

 

녹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주앉은 선생과 나는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양의 회화와 예술 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는 한국과 동양의 예술정신과 회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어떤 때는 평범한 이야기로, 어떤 때는 심도 있는 이야기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평범한 이야기인 듯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필자를 즐겁게 하였다.

 

다른 화가들처럼 거창한 이야기를 전개시키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담담한 언어는 마치 선가에서 견심견성(見心見性)한 고승과도 같은 무욕의 수더분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랜만에 선비의 향기가 느껴지는 운치 있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이야말로 진정한 사기(士氣)를 지닌 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작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지막한 음성이 되어, 문인화 정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온 15년이란 세월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문인화에 대해 일갈하였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온 문인화는 오히려 비아마추어적이기에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문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려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지요.”라고 했다. 안쓰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진정한 한국의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자에 와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는데 진정으로 한국화를 하려고 하거나 알려고 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서양의 그림에 빠져 자신의 감성적 기교만 뽐내거나 가늠하는 화가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에 작가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15년 넘게 한국의 문인화 운동을 주도해 온 홍석창은 서예, 사군자, 한학 등에도 능한 보기 드문 화가이다. 어렸을 때 외조부 밑에서 한문을 공부할 당시에 외웠던 이태백과 두보의 시 등을 눈을 지그시 감고 읊어대는 작가를 보면서 그의 예술세계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편 가르기는 이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실제로 자신의 그림에서 이를 구현시키고자 하는 듯하였다. 이러한 면은 군더더기가 없는 일획의 강경한 운필이 춤을 추는 부드럽고 신들린 듯한 붓놀림을 통해 체득되는 ‘비움’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홍석창의 그림에 내재되어 있는 힘은 그가 그 동안 많은 시련 속에서도 변함없이 추구해온 사기(士氣)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바탕으로 한 문인화의 정신인 무욕(無慾)의 ‘비움’ 속에 담겨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작업실로 올라가게 되었다. 작가는 최근에 그린 채색 작품들을 몇 점 보여주었다. 이 채색화들은 작가가 최근에 또 다른 심경으로 ‘비움’의 경계에서 그린 그림들로서 담박함과 담담함뿐만 아니라 여유로움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그만큼 홍석창의 예술세계는 편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처럼 채색을 하는 까닭을 ‘그저 자유로워지고 싶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더해주는 화가의 은은한 향기와 담아(淡雅)함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필자는 그가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생각했다. ■글=장준석(미술평론가)

 

작가 홍석창은..

<약력>
홍석창(Hong, Suk Cha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
중국문화대학 대학원 졸업
홍익대학교박물관장 역임
홍익대학교 교수 역임
개인전 15회

 

<수상>
한국미술협회전 대상 수상
칸느 국제 회화제 특별상 수상
홍익대학교 표창장

 

<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 심사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
서울 ‘BESTO’ 국제서화전 심사위원장
평화연그림축제위원장
신사임당 이율곡기념 서예대전 심사위원장
한중미술협회 수석부이사장
한국연그림협회 명예회장
신춘연그림전 추진위원장 외 다수

 

<작품소장>
영국대영박물관
호주 국립역사박물관
중국미술관
중국공자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홍익대학교박물관
중국호북성미술관
청와대
한양대학교박물관
중국건릉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외 다수

 

<국제전>
동방예술지광(중국 상해)
한중건교기념한중서화련전(중국상해)
중한서화련전(항주 절강성박물관)
중국서법교류대전(북경 중국미술관)
금세기 국제조현화전(대중시립문화중심)
방글라데시비엔날레(방글라데시)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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