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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12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민생뒷전 정치 권력욕 난무 도덕적 후보부족 대안 빈곤
前 대통령 막말 선거개입 암담한 미래가 슬프게 한다

 

슬프다. 대통령 입후보자들은 많지만 흠없는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슬프다.

말로는 저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이 기세등등한 권력욕만 난무하는 현실이 슬프다. 수차의 반복학습 탓에 국민들도 후보자들의 말을 걸러서 듣는 데 익숙해진 현실이 우릴 슬프게 한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권자들이 고도의 언어 해독능력까지 따로 보유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말이 말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말이 필요 없겠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또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이 마구 쏟아져 메아리 없이 공허하게 흩어지는 현실이 슬프다.

입후보자들이 늘어놓는 말의 성찬(盛饌)이 거의 공약(空約)이 될 것임을 알기에 슬프고 설사 이를 지키더라도 오기(傲氣)와 고집의 모습으로 찾아올 것임을 짐작하기에 더 슬프다.

한 쪽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주겠다고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그렇다면 암흑의 50년을 되찾겠다는 말이냐고 독기어린 말로 맞받아친다.

국민들로부터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가 그 후보가 믿음직스럽고 기대할만 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대통령과는 반대일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우리 국민들이 대선 막바지까지 유력 후보의 인격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풍부한 식견과 비전을 갖춘 후보가 빈곤한 현실이 우릴 슬프게 한다.

한때 정도(正道)가 아닌 길을 걸었던 후보도 있고 자의든 타의든 국정운영에 일부분 책임을 져야 할 후보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들어본 적이 없고 또 앞으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는 현실이 우릴 슬프게 한다.

여당 후보가 국민들에게 지난 5년간의 국정실패에 대해 한 마디 사과의 말조차 없는 현실이 슬프다. 당의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그 인물들까지 바뀌는 것은 아닐텐데, 성형수술만 하고 나오면 표를 거저 줄 것으로 착각하는 현실이 우릴 슬프게 한다.

그러기에 그 후보의 달변(達辯)이 정책부족과 비전부재라는 여론의 질타와 대비되는 역설이 더욱 슬프기만 하다.

야당 후보가 대형 금융비리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결코 지지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은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도덕적 흠에도 불구하고 달리 대안(代案)이 없기 때문에 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슬픔을 느낀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온갖 소문에 휩싸여 있는데도 지지율은 고공행진(高空行進)을 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을 반추(反芻)하는 것 같아 슬프고 인물 부재론(不在論)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국민의 복(福) 없음이 우릴 더욱 슬프게 한다.

차떼기의 악몽을 안고 있는 후보가 가장 낮은 모습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힘줘 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특정 후보가 도덕적·인격적 결함이 많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어려워 자신이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도 우릴 슬프게 한다. 점퍼 차림으로 다가서면 의식까지 서민화된 것으로 믿어줄 것이라는 태도가 오만으로 비쳐져 슬프고 보수진영 분열의 책임이 상대에게만 있다는 독선이 우릴 슬프게 한다.

군소 후보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국리민복(國利民福) 차원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이 슬프고 막후에서 이뤄지는 지분(持分) 협상 소식이 우리의 정치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슬프다.

10년 후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보다는 눈 앞의 표를 끌어모으는 얄팍한 술수가 횡행하는 현실이 슬프고 국민통합(國民統合)이라는 대명제(大命題)보다는 해묵은 지역감정을 들쑤셔 환심을 사려는 패거리 의식이 우릴 슬프게 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훈수를 넘어선 막말로 선거에 개입하는 현실이 우릴 슬프게 한다.

덕담은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의 금도(襟度)마저 없는 언행이 우리의 자화상으로 느껴져 슬프다.

대통령의 말이 곧 나라의 품격임을 강조해야 하고, 전직 국가원수들의 언행이 그 나라의 국격(國格)임을 오히려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무엇보다도 반드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12월 19일이 다가오는 것이 슬프고 언제까지 이 악순환을 반복해야 할지 모르는 암담함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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