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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재소환·부결’ 상처만 남긴 하남시

첫 주민소환투표 부결 되기까지

 

12일 전국 처음으로 실시돼 관심을 모은 하남시 주민소환투표는 김황식 하남시장이 광역 화장장 유치계획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날 주민소환투표에서 김 시장은 투표율 미달로 시장 직을 유지하게 됐으나 화장장 반대운동으로 이어진 주민소환운동으로 적지 않은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등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광역 화장장이 불씨=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시의회에서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고 그 지원금으로 2천억원을 받아 지하철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주민들의 동의없이 졸속으로 혐오시설을 유치하려 한다”며 범대위를 구성해 반대집회와 촛불집회, 소복시위, 항의방문, 시의회 예산통과 저지 활동 등을 벌였다. 범대위측은 “화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 극소량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이라며 “청정 하남의 환경과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 예산통과를 저지하다 범대위 공동대표가 구속됐다 석방되고 시장과 주민, 공무원과 주민간에 번번이 충돌이 발생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되면서 혐오시설 논쟁은 정치적 대결양상으로 번졌다. 결국 범대위는 5월 주민소환법이 발표되자 주민소환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그 다음달에는 주민 105명이 집단 삭발집회를 가지면서 열기가 극에 달했다.

소환추진위는 7월 10일부터 김 시장과 그를 지지하는 시의원 3명에 대해 ‘광역 화장장 유치과정에서 보여준 독선과 졸속 행정, 시민의 대표자로서의 소양과 자질 부족’ 등을 들어 주민소환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에 들어갔다.

이어 소환추진위는 23일 주민소환법 시행 이후 최초로 3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하남시선관위에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했다.

◇끈질긴 법적대응= 주민소환추진위가 소환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김 시장은 7월 4일 서명요청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시장은 “광역 장사시설 유치 추진은 지역발전을 꾀하는 소신있고 적법한 공무집행 행위”라며 “주민소환은 제도를 남용하고 님비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남지원은 같은달 20일 “시장의 공무담임권과 직무집행권을 근거로 서명요청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며 김 시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7월 23일 주민소환추진위가 선관위에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자 김 시장은 25일 주민소환법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주민소환투표가 청구되자 김 시장은 8월 17일 “서명부에 하자가 있다”며 수원지법에 주민소환투표 무효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또 서명부 작성을 주도한 소환청구인 대표 등 7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중앙선거위원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대응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하남시선관위는 주민소환법상 예정된 일정대로 8월 31일 투표일을 9월 20일로 공고했다.

투표안 발의와 동시에 직무정지상태된 김 시장은 9월 10일 자신의 소환대책사무실에서 쓰러져 입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13일 하남시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재판부가 김 시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투표(9월 20일 예정)는 무산되고 김 시장은 시장직을 회복했다.

◇원점에서 재추진= 주민소환추진위는 법원이 서명부에 하자가 있다며 주민소환투표 청구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리자 반발하면서도 곧바로 재서명에 들어갔다.

소환추진위는 이어 10월 10일 주민 2만7천여명의 서명을 첨부해 주민소환투표를 재청구했다. 김 시장은 같은 달 30일 선관위를 상대로 ‘주민소환투표청구 수리처분 취소’ 소송을 수원지법에 또 한번 제기했으나 이번에는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2일 전국 처음으로 실시된 주민소환투표에서 김 시장에 대한 소환이 무산되면서 김 시장과 주민들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치인과 시민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골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또 다른 책임공방을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황식 하남시장 “분열로 고통받은 하남시민들 상처를 치유하고 하나로 통합”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전국 최초 주민소환 대상이 된 김황식(57) 시장은 12일 투표결과 유효투표율 미달로 소환이 부결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갈등과 분열로 상처받은 하남시민들의 가슴을 치유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주민소환운동의 기폭제가 된 광역 화장장 유치와 관련, “주민투표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주민소환투표를 재신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혀 주민투표없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소환불발로 시장직을 유지하게 된 소감은.
▲자치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으로서 시민들께 좀더 다가가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드렸으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성과 속죄의 마음이 앞선다. 시민들의 반목과 분열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정치적 의도로 소환되는 일이 다른 지자체는 없었으면 한다.
-광역 화장장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할 생각은.
▲주민투표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이번 주민소환투표로 재신임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
-광역 화장장 유치를 포기할 의향은.
▲그린벨트에 유치할 수 있는 것은 광역 화장장 밖에 없다. (가장 효율성이 있는 게) 광역화장장으로 얻은 이득을 가지고 아울렛 등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남시 재정자립도가 47%에서 70% 이상으로 올라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의원 2명의 소환으로 의회 도움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을지.
▲시의원 2명이 소환돼 안타깝다. 시 행정이 마비되고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시의원들이 동참해주리라 믿는다.
-이번 사태로 민심이 심각하게 분열됐는데.
▲소추위기 제기했던 문제는 공개토론 등을 통해 접합점을 찾을 것이다. (소환될뻔 한) 투표율을 떠나 시민들이 선택해준 것, 시민들의 재신임에 무게를 두겠다.
-주민소환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선 시장인 나의 부덕의 소치이다. 그러나 정책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호도하는 세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분들도 하남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
-현행 주민소환제도에 대한 견해는.
▲주민소환제도는 필요한 제도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역기능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하남시도 이번 사태로 9억여원의 재정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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