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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바다서 희망을 건지다

수원시 공무원·봉사단체 160여명
태안반도서 기름띠 없애기 구슬땀
절망빠진 어민들에 삶의지 북돋워

 

“검은 절망, 우리 모두 함께 걷어내요”

유조선에서 유출된 원유가 시커멓게 위협하는 태안반도에 어민들을 위해 수원시 봉사단체와 공무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희망의 손길을 내밀었다.

아직까지 해가 뜨지 않은 15일 오전 6시58분 수원시청 앞.

160여명의 수원시 봉사단체와 공무원들은 각종 장비와 마을주민에게 줄 용품을 챙기고 본지 기자들과 같이 태안군으로 향했다.

1시간 50여분 걸려 태안군 구례포 해수욕장에 들어섰다.

창문을 열자 바다 냄새는 온데간데 없이 기름냄새만이 코 끝을 자극했다. 차에 내려 마스크, 방호복, 장갑 그리고 장비들을 착용하고 구례포 해수욕장 근처 ‘안뫼’라는 곳을 찾았다.

이곳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외곽 지역.

현재 20만여명의 봉사자들이 전국에서 태안군을 찾고 있지만 만리포, 천리포 등 피해가 심한 지역으로만 배치된다.

20여분 걸어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다는 안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전부터 수거해왔던 기름에 찌든 흡착포와 기름을 실어 놓은 통으로 가득했다.

검은 기름 때로 뒤덮힌 해안선과 검은 파도는 바라보는 어민들은 절망감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바위 사이사이 있는 기름 웅덩이들은 ‘회복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 끝이 기름냄새로 마비 돼 갔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해야했다.

일부 봉사자들은 두통약을 먹으면서 사력을 다했다.

오전 10시 20분쯤 본격적으로 검은 재앙을 벗겨내는 작업이 시작됐다.

전날 썰물이 시작 되기 전 놓아둔 기름을 흠뻑 흡수한 흡착포 및 헌옷 그리고 현수막 수거가 첫 작업.

1시간30여분간 수거 작업을 끝내고 보니 전날 바다가 토해 놓은 기름은 500여ℓ 6통.

봉사자들의 옷은 기름으로 범벅 되고, 얼굴엔 검은 기름이 묻은지도 모른 채 기름 제거 작업에 몰입돼 있다.

바위의 기름을 닦아내며 저 멀리 10여㎞ 떨어져 희미하게 보이는 유조선을 멍하니 바라보는 마을주민 차옥근(54·태안군 원북면 황촌 2리)씨의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갯벌에서 돈벌이를 해 자식들을 키웠는데…”

차씨는 “고마운 갯벌이 죽음의 갯벌로 변해 버렸으니 차라리 기름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내년 봄에는 대학 다니는 아들 등록금 내야 하는대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절규했다.

이날 오후 3시 썰물 때문에 기금 제거 작업은 중단됐다. 자원봉사자들과 주민들은 아쉬움을 토해냈다.

방제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수원시 이광인(54) 자치기획국장은 “안뫼와 같이 외곽지역에 봉사하러 오는 손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봉사의 손길이 모자란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수원시는 17일 김용서 수원시장이 직접나서 구례포 해수욕장에서 복구를 돕기로 하는 등 대통령선거 당일인 19일을 제외하고 연말까지 매일 160여명씩 2천여명의 봉사자를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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