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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새로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국민의 열망 표심으로 나타나
도덕성보다 중요한 생존의 욕구

 

12월 7일 오전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충돌해 기름 1만5천톤이 유출되는 사상 최악의 유조선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해변을 꽉 채운 검은색 기름띠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앞으로 10년 정도는 푸른 바다와 금빛 모래사장을 보기는 어려울 듯 했다.

허나 보름이 채 지나기도 전 전국에서 구름같이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손에 의해 이제 해안은 어느 정도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바다 깊은 곳은 아직도 타르 덩어리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보름 전과는 현격히 변한 외연은 가히 우리 국민의 우수성을 짐작케 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는 오래잖아 큰일을 또 이뤄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앞으로 5년 동안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참가해 과반수 이상의 표를 몰아줘 12명의 후보중에 1명에게 이같이 몰표를 하게 된 배후에는 그동안 축적된 국민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출된 당선자는 이같은 국민의 소망을 절절히 가슴에 새겨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년은 유난히도 대다수의 국민 개개인에게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종합부동산세의 확대로 인해 수입원이 딱히 없는 노년층의 생활고는 더해졌으며, 수능등급제로 인한 혼란이 고 3 수험생을 둔 부모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나치게 몰아붙인 행정혁신이 국민 개개인에게는 그야말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였던 것이다. 소수 관료들의 혁신적 의견을 성급히 적용하다보니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기회는 박탈되고 그야말로 시간에 쫓겨 실정을 반복했다. 물론 이들 정책들의 기본 취지를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당위성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문제는 하도 급하게 시행을 하려다보니 국민이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던 것이다.

아무리 올바른 취지를 지닌 정책이라도 수용할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은 구성원들에게 몰아붙이게 된다면 그 폐해는 예상했던 바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의외의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부디 새로운 정부는 이 같은 성급함을 거듭하지 않길 바란다.

국민은 느리고 둔하다. 허나 일단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거대한 힘은 온 천지를 가득 채운 기름띠를 다 걷어 낼만큼 무서운 것이다. 정부 당국에 의해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실직률이 감소되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통계치들은 수많은 대졸 미취업자와 실직자, 그리고 비정규직 고용자들을 분노케 하였다.

또한 종합부종산세의 확대는 강남권과 신도시의 중산층에게 생활고라는 것을 경험하게 했다. 더욱이 수능등급제는 그야말로 대학입시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아마추어적 정책이 백년대계인 교육을 망쳐버리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깝게는 본인 멀게는 가족구성원들까지 이 같은 일방적인 정책의 희생자가 됐으며 이들 미숙한 정책들은 대상자와 그에 관련된 자들에게 아주 구체적인 피해경험와 피해의식을 심어줬던 것이다.

국민은 현명함과 동시에 우매하기도 하다. 아무리 당위성이 훌륭한 정책을 집행해 왔다고 하더라도 그중 하나라도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게 한다면 민심이란 것은 이반되게 돼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해 그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을 많이 이뤄왔다. 허나 정권의 말기 과도한 정책 일관성은 과반수의 국민에게 구체적인 피해경험을 하게 했으며 그 결과 거대한 위기의식이 조성된 것이다. 삶에 급급한 국민들에게 도덕성에 대한 시비는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심리학자 메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생존과 안정에 대한 욕구라고 지적한다. 자아실현이나 도덕성들의 가치는 이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난 다음에나 중요한 것이라고. 먹고 사는 일, 그리고는 자식에게 안정감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지나친 혁신을 요구하였던 것이 사실상 이 같은 실패를 초래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 사실 고통에 매우 취약하고 간사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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