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고질병, 이젠 고치자
[편집국장칼럼] 고질병, 이젠 고치자
  • 경기신문
  • 승인 2008.01.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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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百·성수대교 잇따른 붕괴 냉동창고 등 화재 수십명 사망
안전 불감증 따른 人災 되풀이 온 국민 ‘안전의식’ 정착 절실
▲ 김찬형 <편집국장>
대한민국은 ‘고질병 공화국’인가.

지난해 11월 28일 이천 마장면에서 CJ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이 숨지는 피해가 발생한 지 40일만에 또 다시 인접한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

단일화재로는 거의 국내 최다 피해자를 낸 대형화재로 40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9일엔 의왕의 한 화장품 케이스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6명의 할머니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번 코리아2000 화재는 축구장 2배 크기의 냉동창고에 대피로가 단 1개뿐인데다 스프링클러조차 없는데도 건축허가와 소방준공검사를 받은 점만 봐도 건축주와 관계당국의 총체적 불감증이 자초한 ‘인재’라 할 수 있다.

최근 10년이내의 주요 화재참사를 살펴보자.

지난 1999년 6월 30일 새벽 1시 30분께 화성시(당시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363-1소재 수련원인 씨랜드에서 모기향불이 가연성물질에 접촉되면서 불이 나 수련원에서 잠자던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성경찰서는 수련원 건축인허가와 운영과정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찰은 화성군 건축과장 이모(50)씨 등 군청공무원 5명을 소환했고 경찰은 수련원 시설감리를 담당한 오산 모 건축설계사무소 직원들이 수련원 인허가 과정을 주도하며 수차례 공무원들과 접촉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들이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조사했다.

경찰은 모 유치원 원장, 인솔교사, 설계사무소 감리사 강흥수(41)씨 등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8월 9일엔 의왕의 화장품 케이스 공장에서 불이 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할머니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참사는 공장 작업장에 유증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자연발생 정전기로 불티가 튀거나 섭씨 100도인 고온의 건조실에 스파크가 일어나며 폭발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에 열거한 화재참사들 모두 이미 발생한 화재를 교훈으로 삼아 “과연 우리는 괜찮은가?”라는 의식을 갖고 사전예방을 하는 데 게을리 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른 것이다.

붕괴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55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85-3소재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무려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재산피해가 2천700억원에 이르는 이 사고는 해외토픽감이 됐고 12년이 지난 지금도 붕괴사고의 대명사, 건국이후의 최대 붕괴사고로 불리운다.

사고원인은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단계의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고 백화점 2개동 중 북측 A동은 완전붕괴됐다. 지금도 당시 붕괴된 건물지하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은 외상성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기 8개월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40분께 성수대교가 무너져 버스 1대, 봉고 1대, 승용차 4대가 강물에 빠지면서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사고원인은 역시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관리단계 부실복합요인이었다.

8개월 사이에 ‘판박이’처럼 똑같은 붕괴사고가 잇달아 터진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7시50분께 화성시 동탄신도시내 서해그랑블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하 철골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인부 2명이 매몰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붕괴사고는 설계감리와 하도급 및 재하도급 업체의 부실시공이 불러 온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드러났다. 붕괴사고 인근 상가 상인들과 주민들이 위험을 호소하는 민원을 외면해 온 화성시는 뒤늦게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면피(?)를 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날벼락을 맞을 지 모르다 보니 각 시·도나 일선 지자체마다 가장 큰 숙제가 하나 생겼다.

‘안전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아픔을 겪은 서울시는 2008년을 ‘안전한 도시 브랜드 구축의 해’로 정하고 교량 12곳에 대해 집중적인 안전진단과 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WHO로부터 안전도시 재공인을 받은 수원시도 김용서 시장이 2008년을 전국 234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안전한 도시, 세계가 인정하는 안전도시로 만들겠다는 시정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안전도시는 지자체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 각 시설물 소유자및 관리자, 관계당국이 다 함께 ‘안전의식’을 가질 때 고질병은 서서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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