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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전봇대는 뽑혔지만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앓던 이는 뽑아야 시원하고, 귀찮은 전봇대는 없애야 편하다. 사람은 낡은 이 대신 새 이를 해 넣으면 되고, 땅 위에 선 전봇대는 땅속으로 집어넣으면 된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라는 속담은 이와 전봇대의 무관함, 괴리를 상징하면서 튀기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5년간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산업단지의 대로에 굳게 박혀있으면서 트레일러의 통행을 방해하던 전봇대 2개가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면서 5시간 만에 뽑혔다. 한국전력공사 영암지점 직원들은 20일 대불산업단지 내 현대미포조선 서쪽 문 부근 왕복 8차선과 6차선이 교차하는 네거리의 모서리에 있으면서 대형 선박 블록을 실은 트레일러들이 회전할 때마다 곡예운전을 하게 했던 높이 16m의 콘크리트 전봇대를 뽑아서 3m 뒤 인도밖에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6년 9월 대불산단 방문 때 승용차 안에서 이 전봇대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트레일러를 본 후 최근 이 전봇대를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지적한 바 있다. 대불산단의 그 전봇대는 대통령 당선자의 말 한마디에 쉽게 뽑혔지만 산업단지 안에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공장총량제의 불합리성, 전선 지중화(地中化) 사업비의 이중 부담, 가스관 매설 지연, 공장용지 부족, 협소한 도로 등은 전국 31개 국가산단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산업자원부는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하거나 개발할 때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뽑힌 전봇대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따른 논란에도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전봇대가 조선용 블록을 5km 이동하는데 만몇 시간이 걸리게 한 원흉이라면 물류 수송 시간을 고속도로보다 몇 배 더 걸리게 하는 대운하는 경제적 효용이론에 합치되는가 배치되는가? 전봇대가 접촉사고의 촉발 요인이라면 기름 유출과 전복사고로 강을 오염시키고 범람의 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대운하는 안전판인가 재앙의 화근인가? 전봇대는 물어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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