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논단] 지도자 최대의 적 ‘아첨’

인간은 허영심 가득한 존재 감언이설에 판단력 흐려져
지도자 주변 아첨꾼들 득실 객관적 사리분별 능력 필요

 

죽을 때까지 한 벌의 옷과 지팡이와 자루를 메고 평생을 통속에서 살면서 문명을 반대하고 스스로 원시적인 생활을 실천한 그리스철학자 디오게네스에게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서 “어떤 짐승에게 물리는 것이 제일 위험 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디오게네스가 말하기를 “밀고자의 이빨이 가장 치명적이고, 아첨꾼의 입술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아첨이란 말은 한마디로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는 처세를 말한다. 역사상 알려진 유명한 아첨꾼으로는 진나라 때 환관이었던 조고가 있다.

조고가 나이 어린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이라고 하자 신하들이 조고의 무소불위의 힘에 눌려 한사람도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사슴을 말로 둔갑시켰다는 지록위마의 고사가 전해지고 있다. 그 이후로 잘못을 강요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윗사람이나 권력자를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지록위마라고 말하게 됐다.

서양에서는 폭군 네로 황제에게 무절제하게 취미와 향락을 즐기도록 아첨했다는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철학자 세네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연산군의 여색 밝힘을 부추기고 뒷받침했던 채홍사 임사홍이가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자유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내무장관 이모씨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고 채신머리없이 알랑거렸다. 이 비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첨의 극치로 전해온다. 모두가 아첨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왕에 등장하는 막내딸 ‘코델리아’는 환심을 얻기 위해 아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이든 리어왕이 영토를 딸들에게 나눠주기 전에 딸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

큰 딸 거너릴은 형언할 수 있는 모든 말로 아버지 리어왕을 찬양해 자신의 몫을 챙긴다. 둘째 딸 리이건도 언니 못지 않은 말로 땅의 일부를 차지한다. 그러나 리어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막내 딸 코온딜리어는 사랑한다는 말만을 해 리어 왕의 분노를 산다. 정직한 코온딜리어는 한 푼의 지참금도 받지 못하고 리어 왕으로부터 의절을 당한다.

그러나 영토를 물려받은 두 딸의 냉대를 참지 못한 리어왕은 궁전을 나와 폭풍우가 몰아치는 황야를 헤매면서 두 딸을 저주하며 광란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왕도 한 인간에 불과하며 인간은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때 프랑스의 왕비가 된 코델리아는 아버지인 임금의 참상을 듣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진격했으나 싸움에 지고 아버지와 함께 포로가 돼 병사의 손에 교살된다.

리어왕은 죽은 딸의 시체를 안고 슬픔에 못이겨 절명한다. 아첨에 대해 눈이 어두웠던 자신에 대해 뒤늦게 후회했으나 싸늘해진 시신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평소 이솝우화나 안데르센 또는 톨스토이의 동화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어떻게 인간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이렇게 정확하고 세밀하게 꿰뚫어 묘사하고 그것에서 교훈을 이끌어 낼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특히 안데르센 동화인 ‘벌거벗은 임금님’은 매번 읽을 때마다 인간이 얼마만큼 그리고 어디까지 윗사람에게 아첨할 수 있는가를 우리 모두에게 시사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임금처럼 독선적이고 아집이 강한 독재자형 내지 옹고집형일수록 아첨에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동화의 내용과 경험으로 미뤄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바른 말 잘하는 충성심 높은 사람보다 아첨꾼이 더 득실거린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아부에 목말라하고 아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너무나 간단하다. 인간은 허영심으로 가득찬 존재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직언할 수 있는 자는 배신하지 않고 아부하지 않는다. 아부하는 자는 더 큰 힘을 가진자가 나타나면 배신을 하게된다.

 

그것이 아부의 특성이다. 아첨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머지않아 눈이 멀게 되고 사리분별을 못하게 된다. 칭찬은 마음속에서, 아첨은 이빨사이에서 나온다고 했다. 아첨하는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지도자가 성공하는 예는 없다. 아첨은 모든 것을 마비시켜 버린다. 공자는 말한다. ‘오늘 아첨하는 자들은, 내일은 나를 괴롭게 하는 자들이 될 것이다’라고.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