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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원숭이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영장(靈長)류에 속하는 원숭이는 영리하다. 원숭이는 밀림에서 나무 가지를 붙잡고 휘휘 날기도 하며 먹이를 찾아 먹고 나무 위에서 잠자는 날쌘 동물이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높은 지능을 뽐내며 꾀를 쓰고 기억하며 재롱을 부리는 애완동물이기도 하다. 동물 중에서 비교적 사람의 얼굴을 닮았고 직립하며 동작이 매우 민첩한 원숭이는 흉내를 잘 내는 동물로 유명하다.

서양 사람은 동양 사람보다 대체로 털이 많다. 가끔 동양 사람은 서양 사람을 원숭이에 빗대 은밀하게 비하(卑下)한다. 그것은 서양 사람이 털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동양을 넘보며 거들먹거려 싫은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습관의 하나다. 그러나 동양 사람이 서양 사람이 듣는 데서 “당신은 원숭이야(You are a monkey.)”라고 말했다가는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을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 좋다.

필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1980년 5·18 광주항쟁을 주도했던 광주시민들이 그해 겨울 첫 눈이 펑펑 내렸을 때 온통 거리로 몰려나와 모두가 친구처럼 얼싸안고 기뻐할 때 함께 어울린 적이 있다. 어느 술집에 들렀더니 시민들이 벽에 글씨를 가득 써놓았다. 그 틈에서 나는 ‘猿去鄕!’이란 글자를 발견했다. 그것은 문법에 맞고 안 맞고는 고사하고 원거향 즉 “원숭이는 고향으로 가라!” 즉 “양키 고 홈!”을 의미했다. 만일 어느 미국인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시민들에게 항의했다가는 당시 분위기로 봐 맞아 죽었으리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영어 회화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경숙 위원장은 “프렌들리? 후렌들리! 오렌지? 오륀지!”라고 발음을 교정해주는가 하면 각급 학교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케 하겠다는 ‘몰입식 영어교육’이란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혼선을 빚고 있다. 미국인들이 화화할 때 “으흠~”하면서 어깨를 들썩이면 그것도 따라 하는 풍조가 생길 판이다. 이러다간 서양인들이 우리더러 “원숭이처럼 흉내를 잘 내네!”라며 쓴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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