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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바보천치 상자’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흔히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TV의 3대 기능 즉 보도, 교양 , 오락 기능 중 오락 기능이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쉽다. TV가 ‘바보상자’란 핀잔을 듣고 멸시 당하는 주된 원인은 오락 프로그램에 있다. TV가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연속극에서 불륜 경쟁으로 치닫고, TV의 웃기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은 천박한 말씨를 남발하고, 괴상하고 저질스런 행동을 하여 사회악을 조성하고 있다. 교양 기능에 속하는 사회고발 프로그램들은 흉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의 일부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10일 밤부터 11일 새벽까지 불에 타 전소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케이블 TV인 YTN이 사건 직후 현장 중계를 하는 동안 KBS, MBC, SBS 등 공중파 3방송사는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히 재난방송사라는 KBS 1TV는 한가롭게 외국 영화를 내보내면서 화재 현황을 자막으로 처리하고 정규 뉴스시간에만 보도했다. KBS야말로 ‘바보상자’라는 종래의 별명을 ‘바보천치 상자’로 수정해야 하리만큼 심한 오판과 무능을 폭로했다.

많은 국민은 화마가 숭례문을 삼키는 동안 간장이 타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과 충격으로 치를 떨었다. 아무리 비극적인 사건이라 해도 불타는 숭례문과 그 불을 끄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어디에 있기에, 아니 KBS는 어느 나라 방송사이기에 외국 영화에 매달려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바보천치 상자’에게 시청료를 반강제로 징수당하는 국민이 참으로 불쌍하다.

BBC, NHK방송, AP, AFP, 로이터, 교도, 신화통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주요 외신은 그 시각에 숭례문 화재소식을 일제히 비중 있게보도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아사히신문은 불타는 숭례문 사진을 인터넷판의 머리기사로 실었다. ‘바보천치 상자’들이 정규 타령만 하는 사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에 국보 1호를 쳐넣은 나라. 저 시커먼 잔해 앞에서 피멍울진 가슴이 얼어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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