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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국민성금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중국의 유학자 맹자(孟子)는 자신의 저서 ‘맹자’의 공손추편(公孫丑篇)에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라고 설파했다. 이것은 이른바 사단설(四端說)의 핵심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소된 후 12일에 열린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정부 예산보다 국민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게 국민에게 위안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즉각 지당하다고 맞장구쳤다. 인수위는 새정부 출범 후 국민 모금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국보 1호를 지키지 못해 국상(國喪)을 당한 것처럼 참담한 국민의 심정과는 동떨어진 발상이다.

국민성금이란 일제 때 우국지사들이 벌인 국채보상운동이라든가 여성들이 금비녀와 금가락지를 빼내 도운 애국운동이라든가 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금붙이를 희사해 파탄이 난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일조한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애국이라는 명분에 열화 같은 공감대를 연료로 삼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숭례문을 불태워 같은 시대를 사는 모두가 죄인이 된 상황에서 주머니 돈을 쾌척해서 위안 받고자 하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숭례문 소실은 이 당선자가 숭례문을 개방했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사회에 불만을 품은 자가 그 틈을 타서 불을 질렀고,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이 소화과정에서 우왕좌왕해 저지른 인재(人災)요,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범죄(犯罪)에 해당된다. 역사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세종대왕의 18세 손과 일부 시민운동단체 회원들만 숭례문의 잔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2천 3백여 년 전 맹자가 한 말이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쟁쟁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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