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방화 피의자 채모(70) 씨의 신발에서 숭례문 기둥에 칠해진 것과 같은 종류의 염료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숭례문 기둥에 칠해진 염료를 일부 채취해 채 씨 집에서 가져온 운동화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결과 왼쪽 신발 앞 부분에 묻은 도료가 숭례문 채색과 같은 성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채 씨가 숭례문에 무단 침입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는 점에서 채 씨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물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또 채 씨가 범행 당일인 10일 오후 5시18분께 강화도에서 버스를 타고 10분 뒤 강화터미널에서 내리는 장면이 찍힌 버스 폐쇄회로(CCTV) 화면과 채 씨를 태웠다는 버스 운전기사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CCTV 화면을 보면 채씨는 접이식 사다리가 든 마대자루를 오른손에, 배낭을 왼손에 각각 들고 버스에 승차했으며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릴 때 얼굴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채씨는 사다리를 마대자루로 감추고, 시너를 담은 페트병을 김장용 비닐로 감싸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숭례문 주위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센서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이를 피해가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숭례문 방화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 2개 중 최소한 1개는 채 씨가 범행에 직접 사용한 증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라이터에 이름이 새겨진 가평의 노래방을 찾아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이 노래방이 개업하면서 홍보 목적으로 라이터를 인근 K식당에 나눠줬으며 채씨의 주거지인 강화도 하점면 장정리 주민들이 지난해 11월14일 남이섬에 단체 야유회를 오면서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채씨가 숭례문에 가져간 시너 페트병 3개 중 1개만 기울여놔 시너가 바닥에 뿌려지도록 한 뒤 나머지 2개는 똑바로 세워놓고 불을 붙였던 것은 자신이 도망간 뒤에 불이 천천히 연쇄적으로 붙게 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은 이날 채씨를 구속수감하고 보강 수사에 돌입했으며 15일 중 방화 현장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서울 중구청 등 행정기관 및 보안업체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각 기관별 전담반을 편성해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