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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졸업식에 숨어있는 교육문제

상장수여 대상 학생만 참여 교실 화면으로 졸업식 시청
공간 부족으로 아이들 차별 학생수 조절 고른배려 필요

 

지난 한 주간은 각 급 학교 졸업식들로 분주했다.

그 분주함 속에 초등학교 졸업생을 둔 나 또한 있었다. 아이의 첫 졸업식이라는 설렘과 아주 오랜 만에 졸업식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졸업식을 다녀오고는 아쉬움이 남았고, 졸업식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는 마음이 아팠다.

설렘과 기대감은 좋은, 긍정적 경험으로부터 온다.

내가 직접 겪었든, 다른 사람에게 들었든 혹은 책 등 다른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이든 간에 긍정적 이미지가 있을 때 설렘과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생겨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의 졸업식을 다녀와서 나는 어릴 적 나의 졸업식 경험이 아이의 졸업식을 상상하면서 설렘과 기대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졸업식을 실내에서 하는 것이 당연해진 듯하다. 겨울날씨 때문에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생겨나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인상 깊은 두 학교의 졸업식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한 학교는 좁은 졸업식 공간 문제로 상을 받는 학생들만이 졸업식장에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교실에서 화면을 통해서 졸업식을 시청했다고 한다. 공간이라는 객관적 조건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이들을 주인공과 관객으로 만든 것이다.

졸업식이 진행되든 말든 자유롭게 웃고 떠드는 교실에 남은 아이들의 모습은 졸업식인지 아닌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며 졸업식에 참여한 부모는 이런 졸업식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한편 다른 학교는 졸업식장에서 학생 한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며 그 졸업생이 나올 때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아이들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영상으로 제공되었다고 한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느껴져 좋았고, 그동안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설렘과 아쉬움을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다른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 졸업식은 어떻게 기억될까? 졸업식에서 드러난 단면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일상에서 늘 있어왔던 것이라면 아이들의 학창시절은 어떻게 기억될까?

어쩌면 당장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루한 졸업식 현장보다는 졸업식이 진행되든 말든 아이들과 자유롭게 웃고 떠들 수 있는 교실에서의 졸업식을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건 때문에 상을 받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졸업식이라는 공간에서조차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그것이 당연시 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억에 담겨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

최근 교육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인 공교육 강국이라는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는 국민총생산의 7.2%를 교육 예산으로 쓴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육예산은 국민총생산의 4%선이다.

나는 핀란드의 경쟁력은 교육에 대한 어른들, 사회와 국가의 몫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객관적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나는 우리 사회 교육문제의 선결조건은 객관적 조건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대학급, 거대학교에서는 교육의 질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 1인당 학생의 비율을 낮추고 학교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공부하고 충분한 배려와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만한 객관적 조건을 만드는 일, 그것이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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