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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알몸 졸업식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창세기'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가 처음 에덴동산에 살았을 때 발가벗고 지냈다고 설명한다.

벌거숭이 남성의 우락부락한 몸매와 여성의 부드럽고 섬세한 몸매의 차이는 단번에 드러난다. 아담과 하와는 중요한 부위를 드러내놓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러나 그들이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기고 뱀의 유혹을 받아 그것을 먹었을 때 원죄를 짓는 순간 수치심을 느껴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렸다. 원죄를 지닌 인간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모른다면 암수가 유별하지 않고 어울리며 교접하는 짐승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가령 마약을 섭취한 남녀들이 알몸으로 혼음을 한다든가, 알몸의 포르노 배우들이 뒤엉켜 짐승과 같은 동작으로 격렬하게 섹스를 즐긴다든가, 부부끼리 알몸으로 상대를 교환하여 성행위를 한다든가, 대중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발가벗고 비호처럼 뛰어간다든가, 알몸에 외투만 걸친 남성이 여학생들이 하교하는 학교 앞에서 갑자기 외투를 벗어 알몸을 드러낸다든가 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이들은 공공의 질서를 깨는 풍속사범이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파렴치범들이다.

최근 졸업식을 마친 일부 남중생과 여중생들이 교복을 찢어 버리고 전라(全裸)나 반라(半裸)의 몸에 밀가루를 바르거나 생달걀을 깨서 던지고 새우젓을 묻힌 채 서로 엉켜 거리를 활보하거나 물속에 처박아 넣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그들의 벌거벗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알몸 졸업식은 지긋지긋한 학교생활에서 한 순간이나마 벗어나고픈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서로 치부를 보며 살을 맞대기도 해 공공연한 성문란 행위로 비친다.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의 난잡한 성 풍속을 재빨리 본받은 것 같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 생각은 없다. 다만 겨우 중학교 졸업식을 마친 어린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사회라는 첩첩산중의 입구에서 알몸 뒤풀이를 하면서 대단한 선구자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한 순간의 허망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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