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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폴리페서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학자 특히 대학교의 정교수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으며 존경 받는 전문가다.

인류의 정신문화가 엄격한 학문의 발달과 궤도를 같이 해온 이상 상아탑에서 연구에 몰두하면서 일생을 바치는 학자들은 학문적 업적과 인격, 품위를 갖춘 지성인의 표양이다.

한국에서는 박사라 하면 대단한 인물로 치는 경향이 있지만 진정한 학자를 우대하는 선진국에서 박사 학위는 학문이라는 거봉(巨峰)을 오르기 위한 입산증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초보 학자가 귀국해 바로 대학교수가 되어 대가연하는 우리나라의 학문 풍토는 깊이가 얕고 가볍다고 양심이 있는 교수들은 말한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학문 분야 외엔 곁눈질도 하지 않고 오로지 연구와 강의에 충실하여 저명한 외국 학술지에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한결같이 인격이 고매하다. 물론 박사 학위가 없지만 대학자가 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학자들은 정치와 행정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치가(Politician)와 학자(Professor)의 합성어인 폴리페서(Polifessor) 즉 정치성이 강한 학자들이 대통령선거철만 되면 정책 자문이란 것을 해준다며 후보자들에게 접근해 한 자리 맡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정치가 뺨을 칠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의 대부분이 해외파 박사들로 채워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개 공천신청자 1160명 중 정치가를 제외하고 기업인(216명), 법조계(118명) 다음으로 교수직이 113명이나 된다. 이러다가 학문이 정치에 종속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런가 하면 한승수 총리후보자가 경력 란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응용통계학 교수를 역임했다고 기록한 것이 말썽이 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동문들은 “한승수는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었지 교수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떻든 학문의 정수를 닦아야 할 학자들이 술수를 잘 쓰고 더러운 돈과 친해야 하는 정치권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현상은 기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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