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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인재는 그냥 오지 않는다

편중된 인사 인적자원 유출
인물중심 구조재편 협력 시급

 

중국 춘추 전국시대 송나라에 묵자라고 하는 사상가가 있었다. 그는 겸애설과 비전론을 주창했고 한때는 목수이자 토목기사로 활동했으며, 또 수학자, 물리학자로 활약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송나라에는 묵자와 함께 뛰어난 두뇌와 식견을 가진 ‘공수반’이란 토목기사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고 푸대접하자 미련없이 조국을 등지고 초나라로 귀화해 입신양명하게 된다. 마침 송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자 묵자와 공수반은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공수반은 송나라의 방어체계를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는 터라 ‘운제계’라는 무기를 만들어 단숨에 송나라를 함락시킬 기세였다.

이 소식을 들은 묵자는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공수반을 설득하기 위해 초나라를 방문해 “당신은 의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조국이 다소 푸대접했다는 이유로 운제계란 최신식 무기를 만들어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 송나라를 친다고 하니 이것이 선한 일이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송나라를 공격하는 일은 중단하라고 간청을 하게 된다. 대답이 궁해진 공수반은 “왕을 모시는 신하의 입장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초왕을 핑계대며 자신의 의중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만다.

이 말을 들은 묵자는 초나라 왕을 만나 “부강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비단옷을 입은 자가 이웃집의 헌옷을 훔치는 행위와 같다”고 초왕을 설득하며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간청하는데 초왕도 “공수반이 자신의 재주를 과시하고 싶어 운제계를 만들었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만다. 결국은 운제계라는 최신식 무기가 개발됐고, 송나라의 성들이 함락될 것은 뻔했다.

그러자 묵자는 초왕에게 “아무리 천하의 공수반이 성능 좋은 무기를 만들었다 해도 송나라에 있는 한 개의 성도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자기가 공수반이 개발한 최신식 무기 운제계의 공격을 막아 보겠다는 제의를해 초왕 앞에서 공수반과 묵자간에 기묘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 성책을 만들고 나무조각으로 방패 대용의 기계를 만들어 운제계로 아홉 번을 공격했으나 묵자가 아홉 번을 모두 막아냈다고 한다. 그 때 공수반은 묵자에게 패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묵자만 없애버리면 송나라를 함락시키는 것은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초왕에게 묵자를 죽이라고 제안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묵자는 “나를 죽이면 송나라의 성을 함락시킬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설사 내가 죽더라도 이미 송나라에는 나의 제자 300명이 내가 만든 무기와 똑같은 것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해 초나라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중의 하나는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제사람 심기와 편중된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 입맛에 맞고, 코드가 비슷하고 논공행상에 따라 인재를 선정한다면 ‘공수반’같은 쓸만한 인재는 서서히 등지고 말 것이다.

가뜩이나 자원이 부족한 이 나라에서 믿을만한 것이라고는 오직 인재뿐인데 고급두뇌들이 이 땅을 등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IT강국이라는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가운데 인재들이 해외로 급격하게 유출되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인적자원이 유실됐을지도 모른다.

유능한 인재는 그냥 오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이 땅에 남을 여건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비판적 세력이라 하더라도 제갈공명이 삼고초려를 했던 이유를 알고 있다면 과감히 문을 열고 인재를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인물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도록 협력하는 것이 시급하다.

편중된 인사는 결국 발전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고 만다는 사실을 이미 피부로 감지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요직에 갖다 놓는 것이나, 보은인사는 곧 이 나라를 후퇴시키는 원인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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