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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새 봄볕을 기대하자

조직개편 따른 혼란 적응노력
변치않는 국민소망 헤아리길

 

하루종일 무거울대로 무거워보였던 하늘에서 꽃봉우리를 시샘하듯 함박눈이 내렸다. 워낙 갑자기 쏟아진 터라, 어찌 가리워 볼 도리도 없이 그저 온몸으로 맞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눈다발이 가늘어지고 난 뒤에는 노랗게 내려앉을 것만 같던 하늘도 한결 가벼워보였다.

2008년도는 유독 연초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보 1호의 전소와 그에 이은 여러 건의 화재, 그리고 대통령과 내각의 전원 교체 등, 지난 삼사 년 동안에 걸쳐 소소히 일어났을 법한 많은 시건·사고들이 더 다이나믹하고도 초스피드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고 있다.

두 번의 국민참여재판과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평양공연도 과거사와 현 싯점을 큰 획으로 긋는 대형사건들이었다.

물론 이 같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감내해야 했던 그동안의 진통은 견디기 힘든 것들이었다. 마치 조금 전 황사로 인해 무겁디 무거운 하늘 한 자락을 더 이상 담고 있을 수 없어 함박눈으로 쏟아내는 그 하늘처럼 우리의 역사는 그동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꿈틀대고 끓어오르고 있었다. 예견이 불가능한 변화 앞에서 누구나 불안에 떨듯, 한편으로는 맑은 하늘을 볼 것이란 기대도 하지만 이제와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는 현재의 모습에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어제 국가청소년위원장의 고별사를 이메일로 받았다. 며칠 전에는 해양수산부에서도 비슷한 메일을 받았었다. 한편으로 비장하기도 했지만 부처 업무의 중요성을 구구절절이 지적하는 이들의 편지 내용은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부처간 중첩돼왔던 업무를 정리해 한데 묶을 것은 한 곳으로 몰아주고, 차별화돼야 하는 것들은 경계선이 더 분명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일부 부처는 과도하게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떠맡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중앙부처에서 담당하던 많은 업무들이 지역사회 일선 기관으로 분할돼 배정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기존의 업무에 부가되거나 이질적인 업무를 새롭게 맡아야 하는 일선 실무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재조정된 인력들은 새롭게 전개되는 상황에 상당한 시간동안 적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어제 밤 급작스럽게 온도가 내려가 으슬으슬 하던 추위도 경칩의 봄기운으로 햇볕 아래 나른하게 녹아내리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우리의 마음도 이러리라.

거듭되는 혁신으로 지친 마음과, 정쟁으로 첨예해진 골 깊은 갈등도 봄볕에 언 땅 녹듯 그렇게 풀어 헤쳐지리라. 새 정부의 실용주의로 적잖은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게 했던 조직개편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와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 업무 진행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큰 흐름상에서는 더 이상의 격변은 없을 듯하다. 그나마 아직도 새 정부 출범에 부담이 되는 것은 일부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논쟁인데,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간절함으로 당사자가 과감히 결단을 내린다면 이 역시도 봄볕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 자신이 새로운 시작에 걸림돌이 된다면, 구구절절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툭툭 털어버리고 가던 길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무작정 버티고 늘어져서는 본인에게도 새 정부에게도 국민의 앞날에도 커다란 짐이 되기보다는 말이다.

다음 주에는 새 내각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그동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정부조직도 새 정부의 의지대로 개편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전 정부 때나 지금이나 그리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정부의 조직개편은 사실상 국민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정부조직 개편이란 원래 새로운 정치논리와 정쟁에 의한 결과물일 뿐, 국민의 소망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한 적이 없다는 점을 안목을 갖고 헤아리기 바란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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