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장준석의 작가탐방<42>-고자영의 예술세계

 

자연의 美… 예술적 감흥으로 발산 그녀의 작품에 드러나는 풀과 꽃 그리고 기타 여러 식물들은 철저하게 독창적인 작가의 심성과 예술적 기질에 의해 빚어진 것으로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자연인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수많은 것들을 발견하며 그것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한다. 분명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추하거나 아름답지 못한 것과 구별되는 것으로서, 흔히 사물이나 색채, 형상, 소리, 아름다운 생각과 관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학파마다 달랐는데, 희랍의 소피스트들은 아름다움이란 보거나 듣기에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스토아학파들은 마음으로부터 끌리는 색채와 적절한 균형과 비례를 갖추는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여겼다.

 

그런가하면 신플라톤주의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프로틴노스는 아름다움이란 자신의 영혼 세계를 통해 신의 존재를 비추어보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처럼 미에 대한 관점은 각기 나름대로의 당위성과 함께 다양하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하거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을 얻는다. 화가 역시 다양한 아름다움을 통해 영감을 얻어 이를 비례와 배열 혹은 색의 배열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자연을 자신의 영혼과 정신세계를 통해 철학적 혹은 심상적인 이미지로 나타내기도 한다.

신이 주신 자연의 모습을 판화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고자영의 조형세계는 위와 같은 모든 것을 하나로 표현하는 듯하다. 고자영은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미래가 유망한 젊은 작가이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명문학교라 일컬어지는 예술 중학교와 예술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미대에서 공부를 하였고, 현재 서울대에서 박사 공부 중에 있는 재원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판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술적인 감흥을 주로 색채와 균형, 비례 등에 의해 표현해 왔다. 그녀의 이러한 예술적인 행보를 보면, 비록 한 작가를 통해서이지만 한국 미술계의 많은 발전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좋은 판화작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을 고자영의 성실한 작업 태도를 유추해보며 한국 미술의 미래도 밝다는 생각이 든다. 고자영의 판화는 상당한 수준과 깊이 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우리 미술계가 그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작품에 소재로 등장하는 다양한 풀과 꽃, 나무 등 창조주가 주신 자연의 세계는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라 하겠다. 그녀는 대학 1학년 때의 울릉도 여행에서 울창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가슴이 터질 듯한 감동을 받은 이후로 한국의 자연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자연을 통해 극적인 아름다움과 신의 조화를 몸소 체험한 고자영은 인간적인 오감으로 소탈하고 진지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형화시키는 보기 드문 작가라 하겠다.

“처음 울릉도 여행을 떠날 때가 대학 1학년 때였어요. 첫 울릉도 여행은 지금도 저를 들뜨게 해요. 여섯 시간 배를 타고 가면서 온갖 뱃멀미란 뱃멀미는 다했을 거예요. 거의 쓰러질 정도였어요. 9박 10일 동안의 여행을 통해서 본 울릉도의 숲과 자연은 저에게 작은 충격이었지요.”

고자영은 이처럼 대학 1학년 때의 울릉도 여행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작가는 자연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거침없이 돌아다니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곤 했다. 이름 모를 울창한 숲뿐만 아니라 일본 등 외국의 정원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보고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은 곧 그녀에게 커다란 예술적인 감흥을 주었고 이는 작품을 통해 이미지화 되었다.

고자영이 자연의 감동을 작품화시킨 이미지들은 시각적인 면에서도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겉모습이 연약해 보이는 작가는 자신의 그림 세계가 하나의 작은 정원이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었다. 많은 자연을 보고 얻은 여러 형상과 이미지들을 통해서 머릿속에 작은 정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장에 자신의 그림을 내걸었을 때 그 전시장 역시 자신의 정원이라는 당돌하면서도 야심 차고 끼 있는 표현도 했다. 모처럼 예술가적 정열이 있는 젊은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고자영의 작품은 보다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발전적인 변화를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고자영의 일련의 작품들은 그녀의 흥미롭고 당찬 이야기만큼이나 시각적으로 특별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여느 작가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각적 이미지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 드러나는 풀과 꽃 그리고 기타 여러 식물들은 철저하게 독창적인 작가의 심성과 예술적 기질에 의해 빚어진 것으로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자연인 것이다. 우리는 고자영의 작품을 통해 신비스럽고도 냉정하며 이지적인 자연을 맛볼 수 있다.

소탈하고 겸손한 듯 보이면서도 의외로 당찬 꿈 많은 이 여성 화가와의 의미 있는 만남을 생각해보면 필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맴돈다. /장준석(미술평론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