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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금강산 호화 관광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금강산 관광이 해상에서 육로로, 육로의 버스에서 승용차로 편으로, 호화판 리조트로 점점 편리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초기에 해상 관광의 기회를 놓치고 육로관광이 시작될 무렵에 고성군 화진포 휴게소에서 지정된 버스로 금강산에 다녀온 나는 17일부터 승용차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허용되고, 에머슨 퍼시픽이란 회사가 1000억 원을 투자해 금강산 어귀에 건립하여 하루 숙박비한 1백만 원이나 리조트를 오는 5월에 연다는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된다.

북한 인민들과의 접촉을 차단한 채 국가보위부, 조선로동당, 인민위원회 등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감시원들이 남쪽 관광객들을 감시하는 가운데 나는 달리는 버스 창 밖 담 너머로 노동하러 나가는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멸치처럼 마른 60대 초반의 아낙네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름 번지르르한 얼굴에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끔 사진으로 볼 때마다 헐벗고 굶주림 끝에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승용차가 없으므로 승용차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불가능하다. 하물며 하루에 1백만을 내고 호화로운 침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며 금강산 관광을 할 확률은 0이다. 가령 내가 그렇게 편리한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다하더라도 자유를 극도로 제한받고 굶주리는 북한 인민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소화가 안 될 것 같다. 사리가 이럴진대 그러한 정신적 고문을 자초할 필요가 있겠는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민족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현대아산에 돈을 내고, 현대아산은 북한 측에 돈을 제공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에 감으로써 평화를 누리고 북한 측에게 돈을 보태준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의 의미는 있다. 그러나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통제된 굶주린 사회는 여전하다. 관광객들이 금강산 숙소의 휘황한 네온사인 아래서 환담하는 시각에 북한 인민들은 긴긴 겨울 밤 전기가 끊긴 암흑 속에서 떨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상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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