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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기념관 ‘日色 천지’ 황당

道 문화재위 “생가보다 튄다” 설계변경
한옥 대신 생경하게 건축 역사 되레 왜곡
지붕 대들보 장식 등 일본가옥 흡사 비난

 

일본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의 건축양식이 지나치게 일본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주군 여주읍 능현리 명성황후 생가 맞은편에 자리 잡은 명성황후 기념관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워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자는 취지로 건립됐지만 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역사성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일 여주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1998년 4월 명성황후 생가 입구에 15억원의 군·도비를 투입해 명성황후 기념관 건립 공사에 착수했다.

군은 공사 착수에 앞서 기념관 설계용역을 통해 전통한옥 양식의 기념관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도문화재위원회가 “대규모의 기념관이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어질 경우 생가의 가치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여주군은 도문화재위원회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설계를 변경, 현재의 기념관을 완공했다.

2년여 간에 걸쳐 완공된 명성황후 기념관은 520㎡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으며 명성황후와 고종의 영정 및 친필기록, 조선말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모형물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워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자는 기념관의 건립취지와는 달리 현재 기념관의 지붕구조와 외벽 마감재 등이 일본 전통가옥의 양식과 흡사해 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건축 전문가는 “전체적인 지붕 스타일은 일본의 기리즈마 양식으로 지붕을 지지하고 있는 아치형 대들보와 함께 지붕판과 기둥장식이 일본식건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성황후의 생가관람을 위해 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 역시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의 안타까운 생애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단체관람을 온 관광객 이형완(72) 씨는 “명성황후의 생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는데 막상 생가에 도착하고 보니 명성황후가 살던 집보다는 일본식 기념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어렸을 적 일본인들로부터 당했던 설움이 밀려와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모(67·여) 씨도 “명성황후가 일본인 손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인데 굳이 저런 모양으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여주군 문화재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기념관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옥보다는 현대적 양식의 기념관이 생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도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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