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생 납치·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정모(39) 씨를 상대로 범행을 추궁하고 있지만 정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데다 이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어 정 씨의 범행 진위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8·9면
17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박종환 안양서장)에 따르면 경찰은 용의자 정 씨가 두 어린이가 실종되던 지난해 12월25일 안양시 소재 K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뉴EF소나타 차량에서 숨진 이혜진(10) 양과 실종된 우예슬(8) 양의 DNA와 일치하는 혈흔이 발견된 점을 중심으로 정 씨의 범행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정 씨가 사건당일의 행적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10일 1차 탐문수사에서 정 씨가 실종사건 발생 당일 집에 있었고 렌터카를 빌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진술내용을 번복한 점에 범행은폐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경찰이 렌터카 차량에서 발견한 혈흔 이외에는 정 씨의 혐의을 입증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고 정 씨로부터 자백을 받긴 했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 정 씨의 범행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정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것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지난 2월말까지 두 아이의 혈흔이 발견된 렌터카 이용자 10명 가운데 정 씨만이 사건 당일 행적이 불분명하기 때문.
또 정 씨가 경찰조사에서 사건 발생 당일 오전에 대학선배와 산본역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잔 뒤 대리운전일을 하기 위해 명학역 인근 육교에 있다가 일거리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진술했지만 정 씨가 근무했던 대리운전 업체 확인 결과 당일 정씨가 근무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도 경찰이 정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주된 이유다.
하지만 경찰이 이날 오후까지 정 씨의 범행을 입증한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용의자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다”거나 “우 양의 암매장 장소와 자백 정도에 대해서는 모든 조사를 마친 후 공개하겠다”고 말하는 등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면서 “정 씨가 장시간 조사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신빙성없는 자백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 씨의 혐의사실을 확증할 결정적인 증거인 혈흔이 언제 묻었는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국과수로부터 분석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며 즉답을 회피해 용의자 지목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정확하지 않은 조사내용이 공개될 경우 피해자 가족과 여론에 물의를 일으킬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며 “용의자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기 때문에 보강수사를 거쳐 혐의를 입증,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정 씨가 진술한 시신 암매장 지점인 시화호 등지에 대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우 양의 신원은 확보하지 못했으며 18일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해 수색 및 시신발굴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