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이번 공천은 새판 짜기다. 적당히 친박을 물리치고 측근들로 새 성을 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천 회오리와 그로인한 후유증이 그어때 보다도 심각하다.

 

그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당 외곽에서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이들은 이 국회부의장의 일선후퇴를 은연중 기대해 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감히 나설 분위기가 아니었다.

느닷엇이 남경필 경기도당 위원장이 칼을 빼어 들었다. 남 의원은 총선을 19일 남겨둔 21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용퇴론을 제기했다.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돌아서 있는 민심을 잡기 위해 이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면서 이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남 의원의 이같은 행동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이 의원의 용퇴를 이끌어내 공천혁명의 완성도를 높여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것인가.

 

그러나 남 의원의 이 부의장 용퇴론에 대해 일각에서는 원론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같은 주장을 관철시키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즉각 당 중진들이 남 의원의 주장에 발끈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뒷북치는 소리다. 공심위가 결정해 선수로 뛰기 시작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며 “뭉쳐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남의 얼굴 할퀴어서 자기 얼굴에 화장하는 것인데 크게 꾸짖고 싶다”고 비판했다.

공천심사 과정서 남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진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도 “우리가 공천을 줬는데 물러가긴 뭘 물러가나” 라며 껄그러운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당내에서 소장파를 함께 이끌었던 원희룡 의원 조차도 “이 부의장이 불출마하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은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소장파 일각에서도 이 부의장의 용퇴론에 대해 원론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공천자 대회도 열고 총선체제에 돌입하려는 시점에서 뭔가 뒷북치는 감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남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고 있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당의 공천과정에서 도당위원장으로서 측근들과 지역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 대한 정치적 불안감이 폭발한 것이 아니냐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이번 공천은 사실상 이 부의장과 이방호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권력실세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당의 공천 역학구도에 대해 남 의원은정치적 배신감 마져 느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오는 7월 예정인 당 전당대회 권력구도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남 의원은 당대표 경선도전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 나왔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는 이 부의장이 정몽준 의원을 내세워 이재오 의원의 대항마로 띄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소장파 일부의원들이 이재오 의원을 지원하는 형식을 빌어 이 부의장 견제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한 카드로 이부의장 용퇴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라는 것이다. 남 의원 스스로 도당위원장의 역할을 빼앗겼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당내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던 지난해 8월 13일 안양에서는 경기도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남 의원은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중립위치를 접고 원.내외위원장 5명이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경선일을 불과 7일남겨 놓은 시점이어서 이 후보측이 그다지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후보경선 직후인 9월 8일 남 의원은 당당히 이명박 계로 분류되는데 힘입어 도당위원장에 재선됐다.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 의원은 이렇다할 힘이 없다. 당내 미래연대 그룹도 지난해 경선이후 지리멸렬 상태다. 소장 그룹 대부분의 의원들도 이명박 계열에 합류해 분열 상태다. 당내 기반이 빈약한 남 의원이 이재오 의원을 측면지원하는 형식으로 이 부의장측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오 의원의 선거구에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출마한데다 통합민주당이 새정부의 상징인 이 의원의 낙선을 위해 후보를 거둬들이는 방안을 논의 하고 있어 이재오 의원의 정치생명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남 의원의 선택이 또 한번 풍전등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

 

남 의원은 권력실세들의 틈새에 끼어 궤멸직전인 소장파의 리더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 의원의 정치적 도박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