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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고시원족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6인조 남성 보컬과 랩 그룹인 ‘신화’의 일원인 앤디가 24일 방송된 문화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불우했던 지난날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때 미국에 사는 부모의 병환으로 그룹을 떠나 미국에 머물다가 소리 없이 귀국하여 ‘쪽방’으로 불리는 고시원에 아는 선배와 함께 살았다.

 

그곳에서 ‘신화’의 게릴라 콘서트를 보던 그는 옛 동료 이민우가 “이 자리에 없는 우리 앤디도 이 기쁨을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아직도 나를 생각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한다. 고시원은 수험생, 일용 노동자, 말단 직장인, 몰락한 가장 등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최저 공간이다.

 

업자들은 한 건물, 또는 한 층에 수십 개의 칸막이로 쪼개 0.5평 내지 1평 정도의 쪽방과 직선 또는 미로형으로 폭이 80cm밖에 안 되는 복도를 만들며, 화장실은 한 층에 1개 밖에 안두고 있다. 이용자들은 업자들이 공동 취사장에서 밥은 제공하므로 반찬을 구해 숙식을 해결한다.

양팔을 뻗으면 벽이 닿고 누우면 머리와 발이 또 다른 벽에 닿을 정도로 좁은 방에서 재수생이나 직장인들이 숨을 죽인 채 시험 준비를 하고, 사글세방에도 들어갈 수 없는 일용 노동자들이 보금자리로 활용하며,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비좁은 공간에서도 호연지기를 키우며 재기의 발판을 쌓는 곳이 바로 고시원이다.

 

미로의 중간에 있으며 창문도 없는 싼 방에 든 사람은 나쁜 공기에 숨통이 막혀 미치기 쉽다. 요금은 환경에 따라 월 20만 원에서 35만 원이다. 전국에 5천 개 가량의 고시원이 있다. 한 곳에 투숙한 인구를 20명으로 계산해도 고시원족은 10만 명쯤 된다.

 

2006년 7월 서울 잠실본동의 고시원에서 난 불은 8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처럼 화재의 취약지구인 고시원에서 어떤 사람은 불타는 집념으로 공부하거나 재기의 꿈을 키워 사법시험 합격기나 사업 성공기를 쓰고, 어떤 사람은 콱 막힌 방에서 홀로 깡소주를 마시며 자학한다. 낮은 곳으로 임한 그들에게 영광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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