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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체감 실업자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통계청은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실업자는 81만 9천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진 3.5%라고 밝혔다. 이 통계만 보면 우리 경제가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아프거나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이 162만 8천 명으로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며, 취업 준비자도 사상 처음으로 60만 7천 명을 돌파했다. 이들을 합친 사실상의 실업자 또는 체감 실업자는 305만 4천 명에 달한다. 과연 거대한 실업자군(失業者群)이 형성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은 없다. 가끔 일하지만 식구들 입에 풀칠도 할 수 없는 일용 노동자, 월급 88만원에 기가 막혀 일손을 놓고 있는 청년,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청장년들이 어찌 특별한 이유 없이 논단 말인가. 취업 준비생들이 반드시 10대와 20대만은 아니다. 학원에 다니거나 학원가 주변 고시원에는 30-40대 취업 준비자들도 백수 상태로 몰려들어 땀 흘리며 공부하고 있다.

체감 실업자들은 무더위와 강추위를 보통 사람보다 더 두려워한다. 백수 노인들이야 공짜 지하철을 타고 무료 급식소를 찾아가 한 끼를 때우고 서울 종묘 앞 노상이나 종로 3가 지하철 역 구내에서 잡담을 하며 소일할 수 있다. 하지만 청장년 백수들은 움직이면 돈이요, 생각하면 스트레스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체감 실업자들의 술 소비율은 꽤 높을 것 같다.

체감 실업자들이 실업 상태를 오래 지속하다보면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져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뀔 수 있다. 길에서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자리에서 과격한 언사를 쏟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완전 실업자나 체감 실업자들이다. 집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밖에서는 업신여김을 받는 체감 실업자는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선진국으로 들어서려는 우리 사회에서 3백만 명이 넘는 체감 실업자들이 한 도(道)를 구성할 만큼 많아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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