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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44>-최영훈의 예술세계

그의 그림에는 맑고 깨끗한

아침 햇살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이처럼 맑고 아름다운 색은

그의 소박한 삶과 어린 아이처럼

고운 심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유명한 화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혹은 좋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단지 그림이 좋아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마치 산과 들에 자연의 바람이살랑이듯

자연스럽게 변화한

자연의 색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큼 순수하며

맑고 투명하다.

자연의 본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 에너지’… ‘色’으로 ‘香’을 피우다

 

넓은 평야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전라도는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편안하며, 그곳 사람들의 심성도 밀레의 ‘이삭을 줍는 농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여유롭고 부드럽다. 이러한 풍토 때문인지 그곳에서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화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남농을 비롯하여 오지호, 김환기, 천경자 등은 모두가 독창적인 색과 이미지를 담아낸 걸출한 화가들이다. 또한 임직순, 배동신, 진양욱, 황영성, 최영훈, 신경호, 진원장 등은 전라도의 이미지를 풍요롭게 형상화한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전라도는 한국의 인상주의적인 자연 풍광을 주장했던 오지호의 영향 때문인지 색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특히 작고한 진양욱은 아름답고 강렬한 색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화가이다.

색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많은 화가들 중에서 특히 최영훈의 그림은 유난히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최영훈은 필자가 보기에 대단히 맑고 투명한 색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화가이다. 그의 그림에는 전라도의 맑고 깨끗한 아침 햇살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이처럼 맑고 아름다운 색은 그의 소박한 삶과 어린 아이처럼 고운 심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유명한 화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혹은 좋은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단지 그림이 좋아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나는 특별히 예술가라거나 인생을 걸고 하는 예술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색채로 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처럼 최영훈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는 색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있다.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색은 마치 봄의 찬란한 햇빛이 마음에 스며오듯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는 인위적인 것을 유난히도 싫어하며 자연의 본성으로부터의 표현을 추구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 세계는 가식이 없고 꾸밈이 없는 자연에서 발현되는 순수한 색 그 자체라 하겠다. 마치 산과 들에 자연의 바람이 살랑이듯 자연스럽게 변화한 자연의 색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큼 순수하며 맑고 투명하다. 게다가 그의 그림에는 동심처럼 순수한 에너지가 흐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고운 심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중국 양명학의 대가 이탁오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색감이 아름다우며 그림 속의 꽃들이 포근함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가 그림을 즐겨 그리면서 순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오랜만에 방문한 최영훈의 작업실에는 백호, 이백호 규모의 대작들이 여러 점 있었다. 그림의 소재들이 꽃과 관련된 것인데도 의외로 대규모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그림 속의 포근하고 정감어린 꽃들처럼 편하고 친근한 미소로 필자를 맞아주었다.

 

다정다감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의 화가가 건네주는 차 한 잔의 향기는 마치 그가 욕심 없이 마음으로 그려내는 꽃들처럼 향기롭고 달콤하였다. 그는 이야기 도중에 웃으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연구실 창문 앞 포플러에 날아 앉아 홀로 울고 있는 까치를 수년 전 처음 보았다.”고 하였다.

 

耳順의 나이가 되도록 까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바쁘게 살아왔다거나, 혹은 어떤 대상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김만복 국정원장이 비석 사건으로 북한에 간 일 때문에 온통 시끄러웠다. 국정원장의 기자회견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 국정원장의 뒤로는 나비와 벌들이 와서 노닐만한 화사한 그림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오백호나 되는 최영훈의 대작이 그곳에서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화가 최영훈은 자신을 과시하려 하거나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그의 순수한 마음처럼 은은하다. 그의 그림은 억지로 꾸미지 않고 욕심 없이 마음으로 그려지기에 진짜 꽃보다 더 향기로울 수 있다.

 

 “작년에 작품들이 좀 팔렸어요. 그러기 때문에 동료화가들에게 정말 미안해서 자주 나타날 수 없었어요. 모든 화가들이 어렵지 않게 그림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최영훈은 순수하기 때문에 순수한 꽃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로 이른 아침에 작업한다는 최영훈은 적막 속에서 작업에 몰입한다. 그는 고요함 속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으로부터 생명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창작에 혼신의 힘을 다하다 보면 동이 트고 밖에서 일상의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맞이하는 하루가 즐겁고 보람 있다고 한다.

 

오늘도 최영훈은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하여 여명의 햇귀와 더불어 보람 있는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다. ■ 글 = 장준석(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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