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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노숙자

이태호<객원논설위원>

노숙자는 잘 곳이 없어서 거리에서 자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유엔이 정의하는 노숙자는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으나 UN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방에서 사는 사람과 고시원의 1평 정도의 비좁은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노숙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최하의 빈곤층에 속한 노숙자들은 서울 역 앞 지하도, 영등포 역 청사를 비롯하여 서울의 지하철의 보행 통로를 내 집처럼 알고 담요를 깔고 덮은 채 잠을 청한다. 거리에서 잠자는 사람이 보행인들의 발걸음과 잡담에 귀를 막고 단잠을 자기란 지극히 어렵다. 노숙자 중에는 낮에는 밥을 얻어먹는 거지, 밤에는 집 밖에서 무단으로 투숙하거나 쪽방에서 새우처럼 몸을 굽히고 잔다. 그들은 공공건물이나 회사의 화장실에서 세수하지만 독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서울 영등포 갑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전여옥 의원이 지난 달 27일 영등포 구청 역 앞에서 유세하면서 “반드시 우리 영등포역에 KTX를 세우겠다. 그러려면 노숙자 정리해야 한다. KTX가 백날 오면 뭐하느냐. 영등포역이 전국에서 노숙자 1위 역이 된다면 KTX 백날 해야 소용없다”면서 “인권단체와 협의하고 합의해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숙자 지원운동 단체들은 “노숙자들의 인권을 도외시한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분노를 삭이지 않고 있다. 노숙자는 개인의 불행이요, 시대의 아픔의 표상이다. 노숙자가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은 사업에 실패했거나, 신용불량자가 되어 은행의 지금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어서, 몰락에 몰락을 거듭한 끝에 온 세상을 내 집처럼 여긴다. 매우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노숙자들에게 어떤 이유로든 “정리하겠다”고 하면 노숙자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약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사랑하는 단체들이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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