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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연대보증제 폐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연대할 것을 보증계약에 있어서 약속 한 경우를 연대보증제라 한다. 금융권이 가계 대출을 할 때 이 연대보증을 강요한다. 보통의 보증채무 와는 달리 연대보증인에게는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다는 점에서 금융독재의 일환이라고 할만하다. 채권자는 주채무자의 돈을 갚을 역량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즉시 연대 보증인에게 채무를 청구하고 강제 집행으로 돌입할 수 있다. 이 경우 연대보증인은 날벼락을 맞는 것과 다름이 없다. IMF 때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원리금과 이자 상환을 요구하고 채무자가 돈이 없어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연대보증인에게 이를 강요하여 파산을 속출케 했다.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사정했던 채무자는 부도가 나거나 자금이 경색하여 돈을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인에게 빚을 떠넘기는 결과가 됐다. 연대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은 보증 얘기만 나오면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연대보증제라는 은행편의주의의 이 악랄한 잔재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했으며 11월부터 상속받은 연대보증채무도 전액 감면해 주는 등 혁명적 조치를 감행했다. 기업은행은 기업의 공동경영자나 과점주주 임원, 또는 배우자 동의가 필요한 소호대출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돈을 빌리는 채무자의 신용만을 평가해 대출 여부와 대출 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이것이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원리에도 맞는 조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은행연합회와 6개 시중은행들은 7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오는 14일까지 가계대출 연대보증제도 폐지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2월 각 은행 담당 부서장이 모인 가운데 연대보증제도의 폐해가 심각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 은행권은 기업은행의 선구적 자세를 받아들이는 셈이다. 제1금융권이 연대보증제를 폐지하면 제2금융권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 적지 않은 국민을 가혹한 제도에 의해 경제사범으로 몰아갔던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이 비로소 합리적 안목을 갖추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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