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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자전거로 여는 세상

파리·독일 등 자전거천 자치단체 전용도로 확충
차로 수와 폭 줄여 설치 환경·건강 보호 일석이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독일의 뮌스터시 등 유럽의 자전거 도시들은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전거 천국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시대가 저물어 가고 자전거가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획기적인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2개 구를 선정해 자전거 시범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전거만으로 학교, 집, 쇼핑센터, 지하철역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시생활 모델을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차로의 수와 폭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기로 한 계획이다.

 

도로교통법상 차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한 자전거가 제대로 대접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전거도로란 것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보행자 도로 한쪽에 줄을 긋고 자전거도로라고 이름붙여진 극히 형식적인 것 이었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차도를 양보해 주는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

 

차도의 한가운데를 버스전용차선으로 성공시킨 서울시의 차도 줄여 자전거도로를 내는 작업은 그래서 충격이었다. 차로 줄이기는 자동차가 독점해온 도로를 자전거와 보행자에게 두루 나눠줘 환경과 건강 두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파리시내에 300m 간격으로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하고 자전거 1만6천여대를 배치해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값싸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벨리브’ 프로젝트가 알려지자 세계의 주요도시들이 이같은 형태의 자전거 이동수단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눈엣 가시로 여겨져 왔던 자전거가 어느정도 대우받는 세상이 열리고 있음이 감지된다.

수원에서 제부도 가는 길에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어 있음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당시 경기도지사 였던 임창열 씨가 제부도 도로가 편도 1차선으로 협소해 2차선으로 늘리는 공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화성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도의 예산이 지원되었음을 당연한 일이다. 이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애호가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유명한 도로가 되었다.

 

수도권에서 자전거 천국은 탄천과 안양천이다.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즐겨 찾는 이 천변따라 달리는 자전거 도로는 자연하천 한켠에 조성된 것으로 하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경험해본 사람 아니고는 느낄 수 없는 희열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는 일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와 용인시는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서 풍덕천동 성복천까지 길이 2.85㎞, 폭 3m의 자전거도로를 건설한다. 이 자전거도로는 지난해 개통된 성복천변 자전거도로(길이 0.9㎞)와 연결되며, 풍덕천동 이마트 근처에서 탄천변 자전거도로(길이 9㎞)와도 이어진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입주 예정인 광교신도시 주민과 용인시 수지·기흥구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고양시는 ‘자전거 이용시설 기본계획 정비안’을 추진중이다. 예산 696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자전거도로 343.8㎞로 늘리고 이후 24.4㎞를 추가해 총연장 368.2㎞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160.7㎞)가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린웨이(Green Way)로 이름 붙여진 일산 호수공원∼한강둔치(서울시계) 전용도로 9.2㎞가 2010년께 만들어진다. 장기적으로는 파주∼고양∼서울~분당∼안양이 자전거 길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정부시는 중랑천과 부용천에 2010년까지 총길이 25㎞의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8.8㎞를 완료했으며, 16.2㎞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시내를 동부권과 서부권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총연장 155.11㎞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키로 했다.

 

진접.진건.오남읍과 별내.퇴계원면을 연결하는 동부권 14곳(82.29㎞)과 와부.화도읍과 수동.조안면을 잇는 서부권 18곳(72.82㎞)으로 나눠 구축된다. 고양과 남양주의 자전거 도로는 그물망 처럼 연결돼 경기도의 ‘그린웨이’, 서울시의 ‘자전거 도로망 360㎞’과 연계, 서울-수도권간 출.퇴근이 가능토록 설계된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자동차 전용도로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자전거 도로를 건설할려는 이들 자치단체들은 장래를 내다보는 건강한 도시들이다. 자전거를 이용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환경보호와 건강을 시민들이 되돌려 받게 된 것이다.

안병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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