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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식량위기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독일의 사회통계학자 엥겔은 18세기 후반의 독일과 벨기에 노동자 가계의 지출을 조사한 결과 가계의 지출 총액 가운데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계의 소비 지출 중에서 음식비의 지출 비중을 엥겔계수라고 부른다. 빈곤층은 엥겔계수가 높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높은 문화비를 지출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통계결과를 집약하여 ‘엥겔의 법칙’이라 부른다.

대자연이 고른 기후와 기름진 토양과 맑은 물을 제공하여 식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면 엥겔의 법칙은 지금도 통용된다. 소득 수준이 향상된 선진국의 국민은 빈부를 상대적인 개념으로 파악하며 소득이 낮을지라도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져 먹을 것 걱정쯤이야 하지 않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부쩍 증가하는 범지구적 재앙과 공해의 만연으로 자연 질서가 깨뜨려지고 식량위기 사태가 오면 부유층이건 빈곤층이건 식량 고통을 공유한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 판은 14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몇 달간 쌀, 보리, 옥수수 등 곡물상품 값이 50% 이상 뛰어 소매가격이 3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인상됐고 곡물 수출국들이 국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곡물 교역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계 식량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유엔이 식량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한 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이다, 그러나 땅이 넓지만 인구가 놀랄 만큼 많은 중국, 인도 등도 식량위기에 근접해 있다. 통계에 잡히진 않았지만 북한도 식량위기에 항상 노출돼 있다. 대한민국과 세계 시민들이 굶주린 채 죽어가는 북한 인민에게 식량을 원조하고 싶지만 그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주변 인간, 그리고 인민군들의 배를 채우는 데 쓰인다면 인류의 양심과 사회정의에 배반된다고 말할 수 있다. 갖가지 설움 중에도 배고픈 설움이 가장 골수에 사무친다는 사실을 굶주려본 사람은 안다. 인간의 행복은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배 불리 먹지는 못해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식사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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