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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땅굴에서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땅굴은 동물이 땅에 파는 긴 굴이다. 본래 두더쥐는 땅굴을 파는 귀재다. 이 동물은 체구는 작지만 강한 주둥이로 땅을 파헤쳐 긴 굴을 만들고, 그곳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생존본능을 확인한다. 멧돼지가 힘이 세다고는 하지만 땅 위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땅 속에 집어넣으면 질식하기 십상이다. 인간은 땅 위에서 생활하지만 특별한 이유로 땅굴을 파서 그 안에서 일정기간 생활하기도 한다.

베트남전에서 월맹군은 땅 밑에 거미줄처럼 정교한 땅굴을 파서 병력을 이동하거나 매복시켰다가 별안간 땅 위로 솟아 미군들을 살상하거나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전폭기로 공습을 했고, 고엽제로 식물을 죽여 적을 소탕하려 한 미군은 결국 패퇴하고 공산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베트남전 기간 중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특별요원을 중국을 월맹군 활동지역에 파견하여 땅굴을 탐사하고 연구케 한 후 휴전선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수십 년에 걸쳐 남침땅굴을 파도록 독려했다. 이 가운데 4개가 아군에 의해 발견되어 공개되었다. 그러나 미국 과학자협회 홈페이지는 1990년대에 남침땅굴이 20여개 쯤 된다고 분석하고 대략적인 위치까지 지도로 표기했다. 북한군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남침땅굴로 특수훈련을 한 경보병을 풀어 전후방에서 땅 위로 솟아 국군 복장을 하고 아군과 교전을 하면 대혼란이 조성될 것은 뻔하다. 땅굴은 치명적인 남침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직도 남침땅굴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민간인들이 있다.

땅굴도 여러 차원이 있다. 필자가 경찰서 출입기자 시절인 1970년대 초 서울 성동경찰서 부근 미군 군수창고 옆 건물에서 창고 밑으로 땅굴을 파서 올라가 PX 물품을 훔친 간 큰 도둑이 잡힌 것을 취재한 일이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지난 12일 새벽 2시경 경북 경주시 외동읍 지하 단란주점에서 3명이 땅굴을 파고 부근에 매설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하다가 땅굴이 무너져 40대 도둑 1명이 죽고 2명은 붙잡혔다. 인간 두더지들은 땅속을 누비다 그 안에 묻혀 숨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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