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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46>-박상희의 예술세계

세상살이 작품속에 투영… ‘삶의 자화상’으로 형상화

그의 조각 작품에는어떤 것을 또렷하게 상징화시키거나 집중하며 전달하는 마력이 있다. 단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체험하거나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박상희의 작품은 한마디로 전달력이 강하다. 그의 표현이 생명성을 지니는 것은 평범한 작업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 속에서 느끼며 쌓이고 압축된 것들이기 때문이며, 잠깐 동안 작업 공간 속에서 머물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모습 같기도 한 미묘한 형상에 많은 손목시계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왜 이렇게 여러 개의 손목시계들을 붙여놓았을까?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인생이 짧다는 것을 환기시켜주기 위해서일까? 박상희의 작품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형상화시킨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하면 그의 또 다른 작품은 거대한 중국을 하나로 만든 최고의 권력자 마오쩌둥의 모습으로서, 전시장 한 곳에서 선명한 붉은색을 뽐내며 관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마오쩌둥의 조각는 거대한 중국 대륙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며 오늘의 중국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그의 조각 작품에는 어떤 것을 또렷하게 상징화시키거나 집중하며 전달하는 마력이 있다. 단 하나의 작품을 가지고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을 체험하거나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감상자를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박상희의 작품들에는 인간 삶의 실체를 파헤친 듯한 비가시적인 형상들, 즉 삶과 죽음, 생명, 환희, 자유, 진리, 사랑, 아픔 등이 새록새록 새겨져 있다. 더덕더덕 붙여진 손목시계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 생명과 시간의 일그러짐

 

등을 맛보게 하는 듯하여, 작가의 생각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내적 표현의 결정체가 곧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는 다양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힘은 그의 독특한 예술적인 생각과 시각으로부터 비롯된다.

예술에 재능이 있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박상희도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단지 도화지에만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니라 동네 담벼락에든 어디에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았다.

 

더욱이 막 공사가 끝나 아직 마르지 않은 담벼락이나 길바닥 등은 그림 그릴 수 있는 더없이 훌륭한 장소이자 재료였다. 이러한 면을 보면 그가 그림이 아닌 조각을 택한 연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처럼 어릴 때부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술적인 행위 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필자와의 통화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하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저, 꼭 작업실이 아니어도 되나요? 밖에서 만나도 상관은 없죠?” 여는 작가들이라면 자신의 작업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통상적이기에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어느 사설 박물관 앞에서 만나서 작가가 가져온 사진기를 통해 그의 작업실 풍경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저는 작업실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가는 곳이 곧 작업실이거든요. 작업 공간은 다만 만드는 곳일 뿐이죠. 도시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보고 직접 만져보며 느끼는 그 시간과 현장이 곧 제 작업실이죠. 가령 제 작업은 전철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들이나 시장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체험하는 것 등등 여러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제 작업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다 제 작업실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러한 생각은 10년 가까이 떠돌아다니며 방황해본 적이 있는 사람의 것이라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대 미대에 검정고시를 통해 입학한 것부터가 만만치 않은 인생 역정이라 생각하면서 몇 개월 전의 전시장 속의 그의 작품들을 떠올렸다.

박상희의 작품은 한마디로 전달력이 강하다. 그의 표현이 생명성을 지니는 것은 평범한 작업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 속에서 느끼며 쌓이고 압축된 것들이기 때문이며, 잠깐 동안 작업 공간 속에서 머물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에 국민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특별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었다. 이 전시회에 박상희가 선보인 작품은 선명한 붉은 색으로 덮인 십자가 위의 예수였다. 흥미로운 점은 예수의 오른쪽 허벅지 부분에 전혀 다른 성향의 녹색 불상의 머리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많은 관객들에게 갖가지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불교와 천주교가 한 목소리로 ‘진리는 하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종교적 아이러니와 그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 전시를 둘러본 어느 기독교 단체는 예수의 한쪽에 붙어있는 불두를 떼어내면 작품을 사겠다고 하였다. 작가에게는 또 다른 작품의 제작비 때문에 흘려버릴 수만은 없는 유혹이 담긴 제의일 수도 있었다. 예수의 한쪽 부분에 붙은 조그만 불두 하나만 떼어내 버리면 적지 않은 돈이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자그마한 단 하나의 불상의 머리가 작품에서 지닌 의미가 너무도 컸기에 정중히 거절하였다.

‘시인이자 연출하는 기분으로 조각을 한다.’는 박상희는 작가적 자존심과 미적 내공이 남다른, 자유함을 지닌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술대학을 나와 경직된 작업을 펼치는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삶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되씹으며 현장성이 강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마오쩌뚱이나 십자가의 예수 등을 통해서 오늘날에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부딪치며 느끼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소재나 이야기꺼리 등이 각기 다르지만 우리들의 삶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벚꽃이 화사하게 만개한 곳에서 우연히 며칠 만에 다시 만난 박상희의 눈빛에는 조각가로서의 열정이 있었다. 자동차 밖으로 스쳐가는 아름다운 산과 강을 통해 기분 좋게 느껴지는 봄기운은 그의 마음에 또 다른 조형으로 조탁되었을 것이다. 곳곳에 가득한 향긋한 봄 내음은 이 시각에도 그의 또 다른 작업 공간에서 새로운 조형으로 태어나고 있을 것이다. ■ 글 = 장준석(미술평론가)

 

약 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現 서울대, 중앙대학교 대학원 강사
  한국미협, 서울조각회, paris 소나무미술가협회 회원

 

개인전
2007년 갤러리 아트싸이드
2006년 인사아트센터
2004년 주불한국문화원(FRANCE,PARIS)한국관광공사.
         대한항공후원
2003년 오픈 스튜디오전
         (Bd. des Arches, Issy-les-Moulineaux,  France)
1993년 금호미술관  (송은문화재단 후원)등 8회

 

그룹 및 기획초대전
2003년 Mise en Nu (주불 한국문화원, PARIS)
2004년 현대공간회 김종영상 수상전(김종영미술관)
2005년 GO GO 신나는 미술천국 인사아트센타
2005년 Paris-Seoul 소나무미술가협회전(국제교류센타)
2006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COEX) 갤러리 IHN초대
2006년 성남시승격 33주년기념초대
         - 성남의 얼굴展성남아트센타
2006년 FRONTIERES
         (MUSEE DU MONTPARNASS-FRANCE)
2007년 국민일보창간20주년한국미술인150인초대전
         (세종문화회관)
2008년 산따루시아 2008 축제의밤-velada santalucia2008
         (까사박물관-베네주엘라 마라까보이주)등 외
         기획 및 그룹초대전 130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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