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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산업유산과 지역활성화

경기도 등록문화재 없어 대부분 경제개발로 훼손
獨·日 문화예술도시 조성 자산발굴·보전·활용해야

 

새정부 들어서면서 제시된 공약 중에는 산업유산을 가지고 지역의 예술창작공간을 만드는 것이 들어있다. 즉, 대략 19세기에 해당하는 산업발전을 위해 지어진 일련의 시설들을 산업유산이라 한다면, 우리나라는 45년간의 일제강점기때 지어진 공장 및 창고, 댐, 배수탑, 제련소, 양조장 등과 독립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지어진 구조물들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유형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는 등록문화재 목록(2008년 3월 자료)을 보면 ‘산업시설’로 분류되어 있는 등록문화재 중에서 ‘경기’지역에는 하나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정말로 하나도 존재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어렸을 때 큰집인 과천에만 가더라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건너편에 방앗간이 있었다. 그리고, 큰집 근처에도 방앗간이 있었다. 적어도 30대 후반 이후에 해당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러한 모습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따른 이익 추구의 사회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산업시대의 유산들이 훼손되거나 철거되었다. 그 자리에는 도로가 닦이거나 계획적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전에 없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등 그 정겨운 모습이 사라지게 되어 버렸다.

잠시 고개를 들어 독일과 일본을 가보자. 근래에 들어 중앙일간지에서도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독일에 있는 루르지역에는 라인강의 지류인 엠셔강이 흐르고 있고, 엠셔강을 따라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자리하고 있다. 그 지자체 중에는 에센시가 있는데, 에센시에는 산업유산인 촐페라인 탄광유구(遺構)가 산업화 시절의 영광을 말해주고 있다.

 

시대가 변하여 탄광산업이 쇠퇴한 그곳에는 공기와 물과 땅이 오염되고, 인심이 흉흉해지고 대도시로 사람들이 떠나가버려 점차 도시의 생기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17개 지자체가 걸쳐 있는 엠셔강변의 일정 지역을 엠셔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에센시에서는 국제건축전(IBA)을 유치하게 된다.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던 촐페라인 탄광유적을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한 구상을 하면서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가 1988년이다. 이후 촐페라인 탄광유구와 주변 일대를 정비하고,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 공간을 조성하고, 디자인박물관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전개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중 산업유산으로 등재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방문객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지역 명소가 되어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탄광시설과 건물, 제철소 주물공장 등 각종 산업시설들은 세계최대산업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산으로서 에센시를 새로운 발전으로 이끄는 자산이 되었다.

 

일본은 어떠한가. 그간 신문과 티비에서 종종 접할 수 있었던 일본의 요코하마시에서는 근대건축물과 산업유산을 도시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 오늘날과 같은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갖추게 되었고,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80년대 후반, 해안에 인접해 있는 미나토미라이21재개발지구에 있었던 적벽돌로 지어진 물류창고 2개(아까렝가 赤煉瓦라고 한다.)를 부수지 않고, 레스토랑과 까페, 상점, 공연장 등으로 조성하여 방문객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중심시가지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약간의 리모델링과 용도를 변경하여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여 문화예술 크리에이터(creator)의 창작활동과 공개를 통해 방문객의 체험이 교류되도록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2004년에 ‘문화예술창조도시 요코하마’ 정책을 구상하여 도시내에 존재하는 근대건축물과 산업유산으로 문화예술창조공간을 조성하여 도시활성화를 꾀하고자 하였다. 2007년 가을에는 바로 아까렝가에서 일본 중앙부처 주최로 산업유산 심포지엄이 개최되기도 하였고, 꼭 알맞게 리모델링한 산업유산에서 행해지는 산업유산 심포지엄이라서 더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대개 개발에 걸림돌로 여겨왔던 지역의 많은 사업유산을 찾아내고 보전하고 활용해야 한다. 지역에 존재하는 산업유산은 그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를 가지고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

 

언제까지 땅투기와 산업유치와 같은 구태적인 방법으로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가. 그래서, 지역의 자산을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지역의 독창적 사회·문화·경제 분야와 연결하는 몫은 언제나 지역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할 일인 것이다.

오민근<문광부 지역문화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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