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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아동 성범죄 예방은 신고

국회 혜진·예슬법 추진 살해땐 최고 사형 신설
피해자 80% 신고 안해 증거보다 진술 의존을

 

이번 5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일괄 처리하면서 정부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일명 혜진·예슬법)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하였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에 비하여 개정안의 취지는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엄벌에 처하겠다는 것이며,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따라서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하여서는 사형·무기징역 등 응징방법을 명문화했다는 점, 그리고 아동에 대한 성추행 행위에 대해 현재보다 약 두 배 정도 징벌적 요소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하고서도 버젓이 1년 반 정도만 교도소에 살다가 나와 면죄부를 받은 듯 행세하는 일은 보기 드물 것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처벌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은 상처받은 부모들의 마음에 위안이 된다. 혜진 예슬이법의 주요개정내용을 살펴보면 강간은 현행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강화 되었으며, 유사성교행위의 경우 현행 3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7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개정되었다.

강제추행의 경우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3000만원 미만의 벌금에서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의 벌금으로 개정되었으며, 성폭력 범죄 후 살해에 대해서는 별도조항이 없었으나, 무기징역 또는 사형으로 신설조항으로 바뀌었다.

성폭력 범죄 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별도조항이 없었으나, 사형 또는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신설조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상당 부분 절름발이 신세를 면할 수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이와 같은 처벌의 강화는 유죄로 확정된 극소수의 아동대상 성범죄자들에게만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실상 거의 80% 정도의 아동대상 성범죄는 신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거나 신고가 되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고 끝난다. 그 이유는 본인이나 부모조차 아동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부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알려진 대로 사법기관에서 당하게 되는 2차 피해를 염려해서이다.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수사관으로부터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당해야 하는 여러 가지 2차 피해의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아동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 진술의 일관성은 범죄사실을 입증시키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허나 곰곰 생각해보면 성범죄 피해라는 것이 어린 아이 입장에서는 워낙 황당한 일이기에 사건의 전후 사정을 일관되게 진술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이 같은 아동의 특성은 조사절차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증거획득보다는 진술의 일관성에 의존하여 범죄사실을 입증하려는 관행은 아동의 불안정한 인지능력을 고려해 볼 때 다른 범죄사건들보다 그 절차가 현저하게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국의 경우에는 아동의 초기진술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두며 그중에서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지어내기 어려운 지각적 경험에 대한 진술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증거력을 부여한다. 사법기관에 근무하면서 아동 대상 범죄를 다루는 실무자들은 이와 같은 아동진술의 특수성에 대해 숙지하고 있으며 비록 빈복되는 진술 중 불일치하는 사항들이 좀 있더라도 초기진술 상에 이처럼 지각경험에 대한 내용이 충분하면 그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어 기소하고 판결한다.

 

물론 성범죄 피해아동의 진술 특성에 관해서는 전문적 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며 사법기관의 현직자들은 이 같은 교육의 내용을 의사결정 과정에 그대로 반영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무죄를 추정하기 위하여 아동 피해자를 혼돈에 빠뜨리는 따위의 일은 조사과정이나 판결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시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다. 드디어 우리도 우리에게 적합한 절차를 구축하여 다 같이 그에 대해 합의된 타당성을 부여할 때가 된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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