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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칼럼] 상처만 남긴 하남화장장

장사법 개정 유치 백지화 김지사·김시장 책임공방
범대위 피해 보상 요구 손실보전 등 주민 위로를

 

1년 6개월 동안 사생결단하듯 아우성치던 하남시 광역자시설 유치가 불발로 그치면서 경기도와 하남시, 김문수 지사와 김황식 시장 간의 진실 및 책임 공방이 시작됐다. 하남시 광역장사시설 유치는 15만 하남시민뿐만 아니라 2천만 수도권 시민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어느 지역, 어느 시·군민을 막론하고 모두 기피하는 혐오시설을 하남시가 유치를 자청하고 나섰을 때 하남시민 사이에서는 찬반 대립이 비등점에 다달았지만 사태 추이를 관망하던 여타 지역 시민들은 위대한 선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들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을 하남시가 해냈다는 것도 놀라웠겠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이 혜택을 입을 날이 올 것이라는 무임승차 기대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은 없었던 일이 되고, 대신 미완의 패자들끼리 책임과 진실을 따지는 아름답지 못한 아귀다툼만 남게 되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경기도는 지난 11일, 5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장사법에 따라 “장사시설은 시·군마다 의무적으로 설치 하게 됐다는 점을 내세워 재정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며 “하남광역화장장 지원 철회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밖았다.

안과 밖이 달랐던 선택의 평가

경기도는 하남시 광역장사시설 건설과 관련해 3천억원의 건설비와 1천200~2천억원의 보상장려금(인센티브)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자립도가 바닥이다시피한 하남시는 이 돈을 시 발전 기금으로 쓰고자 천하가 기피하는 화장장 유치를 자청하고 나섰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밖에서는 하남시의 선택을 높이 평가했지만 하남시민과 하남시로서는 자기 희생을 무릅쓴 인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선택 이후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흑과 백으로 갈린 시민은 지자체 발족 이후 최초로 두차례의 주민소환 투표를 치른 끝에 김황식 시장은 살아남았지만 2명의 시의원은 퇴진하고 말았다. 시민의 손으로 뽑은 시민의 대표를 시민의 심판으로 물러나게 한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민주주의적인 선택의 방법이라해도 쉽게 경험할 일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장사시설 문제를 둘러싸고 이웃 사촌과 다름없던 시민들이 낯붉히고 눈 부릅뜨며 원수지간처럼 분렬된 민심이었다. 아무려나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첫째, 누가 뭐래도 하남광역장사시설 건립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김문수 지사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김황식 시장도 납득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백지화를 전제로 한다면 건설비는 말할 것도 없이 2천억원의 인센티브도 주고 받을 명분이 없어 보인다. 법 개정 이전에 공사를 시작했다면 오늘과 같은 불미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착공하지 않았으니 소급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셋째, 김황식 시장과 하남시는 5천억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공개하며 김문수 지사를 압박하고 있으나 이 또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이론이 분분해서 시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

 

넷째, 그래서인지 하남시는 이 사태로 말미암아 발생한 저간의 재정 손실을 보전하라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그간 쏟아 부은 경비가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켰으니 보상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극단은 금물, 설득은 진솔하게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하남 광역화장장 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하남시장의 사퇴와 김문수 지사의 공개 사과 및 하남시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자체적으로는 김황식 시장이 화장장 유치를 빌미로 사용한 예산 낭비사례를 조사한 후 주민소송과 주민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주장치고 일리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 나름대로 명분이 있고 근거도 내세운다. 그러나 주장에는 합리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은 아집으로 간주될 수 있고 말의 횡포로 내비칠 수도 있다. 이제 이 문제는 일방적 주장이나 극단적인 대결이 아니라 최선까지는 못가더라도 차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타협의 장으로 옮겨가야 마땅하다.

 

단식 투쟁을 하면 여론의 동정과 자신의 화풀이는 될지 모르지만 건강에 해롭다. 김 지사는 귀국하는대로 전면에 나서서 주민과 마주앉아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본의아니게 입은 하남시민들 마음의 상처를 달래 주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고려해야 할 것은 그간의 ‘손실’을 보전해 줌으로써 하남시의 재정난을 돕고, 어려웠던 결단을 내렸던 하남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일일 것이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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