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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공연 관람료 정말 비싼가

전문가 귀족 마케팅 한몫 기획사 출형경쟁도 문제
道 객석점유율 등 감안 공립극장 저렴하게 제공

 

한국의 공연 관람료가 비싸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빈필의 예술의 전당 공연시 R석이 40만원이었고, 이틀 뒤 홍콩에서의 같은 공연이 2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뮤지컬을 뉴욕이나 동경과 비교해도 한국의 관람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관람료가 비싼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은 귀족 마케팅을 지적한다. 즉 관객들은 비쌀수록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극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가장 비싼 티켓부터 팔리는 현상은 대체로 서울과 마찬가지이다.

 

관람료가 비싸지는 데는 국내 기획사간 출혈경쟁으로 유명 아티스트의 초청비가 치솟는 것도 한 몫 하고, 클래식 공연을 꾸준히 즐기는 층이 엷고 관련 시장이 작기 때문에 소수의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해 시작한 ‘서울시민 문화 충전 천원의 행복’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해당 공연기획자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천원의 행복’은 비싼 관람료 때문에 문화예술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서울시민이 문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뜻은 좋지만 극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수익증대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재정 자립도만큼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고, 또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기에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서울시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축제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를 경희궁에서 공연하며 5만원과 3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관람료로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실제로 명성황후의 평소 관람료는 로열석이 10만원 안팎이다. 객석 점유율 95%, 관람객 100만 돌파 등 끊임없는 신화를 기록해 온 작품이기에 이 또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공연을 훨씬 싼 관람료로 볼 수 있는 서울시의 문화정책은 시민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민간 제작자 입장은 다를 수밖에 있다. 정부는 문화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투여할 수가 있지만, 오직 관람료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해야 하는 민간 제작자는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극 전문 사이트 OTR에서 실시한 ‘적당한 연극 관람료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현재의 연극 관람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대답했으며 나머지 30%만이 적당하다고 대답했다. 심지어 몇 십억 들인 영화 한 편에 7-8천원인데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영화와 연극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연극은 매 공연마다 배우와 스텝이 땀을 흘리는 라이브 공연 즉 현장성이라는 아날로그적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연극의 매력이고 생명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연극 관람료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걸까? 가장 기초가 되는 기준은 제작비와 연동하여 관람료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작비가 5천만원이 들든 1억원 들든 모두 남들이 받는 수준으로 관람료를 관행처럼 정한다.

 

그러나 지방극장의 경우 초청비와 객석 점유율을 감안하여 적정한 관람료를 책정하게 된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토대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즉 출연료와 제작비 등 소요경비가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거품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적은 것이다. 뮤지컬 매니아들이 입장료가 싼 지방원정 관람을 하는 예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에서 연극 한 편 초청비는 보통 3천만원 내외이다. 물론 중앙에서 히트한 공연은 5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6-7백석 극장에서 4회 공연을 기준으로, 객석 점유율 60% 달성시 2-3만원이면 어느 정도 초청비와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물론 인건비, 관리비, 홍보비는 문화서비스라는 개념에서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내 극장의 연극 관람료가 3만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적정한 것이다. 적극적인 관객은 10-20%의 카드나 회원 할인 혜택을 받고 또 사랑티켓을 이용하면 그보다 5천원 더 싸게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경기도내 모든 공립극장의 연극 관람료는 결코 비싸지 않다.

구자흥<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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